▲오전 3시 32분. 버스기사 김씨가 다시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며 올빼미버스에 시동을 건다.
김은혜,이아라
"대리운전기사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아요. 새벽에 청소하러 나가시는 아주머니도 계시고요."
가장 많은 승객은 대리운전기사로, 새벽에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올빼미버스는 고마운 존재다. 취객에 대해 묻자 한씨는 "번화가를 지나는 노선이지만 취객은 생각보다 많지 않고, 아직 뭐 손님이 난동을 부려서 문제가 되거나 한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힘든 점은 없는지 물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게 좀 힘들죠. 밤낮이 바뀌다 보니 푹 잠들지를 못해요. 처음엔 계속 자다 깨다 했죠. 하지만 근무 시간이 길지 않아서 졸리거나 할 일이 거의 없어요. 심야버스 하시는 분들은 이 일만 하니까. 또 낮에 일하시는 분들처럼 계속 몇 바퀴를 쉬지 않고 돌거나 하진 않으니…. 밤이어서 졸다가 (목적지에서) 내리지 못하는 손님들도 간혹 계신데, 다시 돌아가는 길에 내려드리면 돼요." 한씨는 올빼미버스 베테랑 기사답게 버스에서 졸아 내리지 못한 승객에게도 여유 있게 대처하고, 다시 새벽길을 떠났다. 새벽 3시가 넘어갈 무렵 차고지에서 다른 노선을 담당하는 운전기사 김아무개씨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보통 심야버스는 야간 운행 특성을 고려하여 한 노선에 운전기사 4명이 배치되며, 각자 3일 근무 후 하루씩 돌아가며 쉬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한 분이라도 펑크를 내면 서로 힘들어지죠. 서로 건강 관리를 잘해야 돼요. 혹시라도 아프거나하면 안 되니까, 컨디션 관리는 굉장히 신경 쓰고 있어요. 낮에 다른 일을 하는 것도 금물이죠. 밤을 새다 보니 낮엔 쉬어야 하고, 시간도 맞지 않기도 하고…. 만약을 대비해 대기도 해야 하고요."김씨는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버스가 고장이 나도 큰일이에요. 배차간격이 40분씩 되고, 대체 차량이 없다 보니 한 대라도 고장이 나면 승객들이 몹시 불편을 겪어요. 그래서 만일을 대비해 회사에서도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있어요. 또, 만약을 대비해 차량 정비팀은 항시 24시간 대기하고 있어요. 바로 와서 고칠 수 있도록." 운수회사에서 특히 심야버스에 대한 안전 점검과 관리는 확실하게 한다고 했다. 운행되는 차량들은 전부 저상버스다. 긴 배차 간격에 손님들이 몰리는 문제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 연식 또한 오래되지 않았다. 또, 과속을 예방하기 위해 최고 시속 70km로 제한하는 과속방지장치 설치를 통해 과속할 위험성도 줄였다.
김씨는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잦진 않지만 가끔 술 취한 손님들이 차에 토사물을 남기거나, 언성을 높이는 일이 생길 때는 힘이 든다"고 말했다. 바라는 점에 대해서는 잠깐의 고민 뒤에 "아무래도 월급이 조금만 더 오르면 좋죠"라고 말했다.
오전 4시 반, 심야버스 기사의 퇴근길에 함께 했다. 일명 '불금', 불타는 금요일이었지만 밖은 고요했고, 버스 안은 평온했다. 시끄러운 번화가를 지날 때도 승객은 많았지만 버스 안의 분위기는 그대로였다.
"저는 버스 운전은 심야버스처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한씨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났다. 올빼미버스에 대한 자부심과 안전운행을 위한 노력이 느껴졌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시 심야전용버스 정책'을 추진하며 노선 구축 과정에서 빅데이터 활용의 훌륭한 모범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올빼미버스를 만든 서울시의 안전 대책은 좀 더 필요해 보인다. 안전 관리의 책임은 운수회사와 버스기사들에게만 쏠려 있었다. 이에 서울시에 연락해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버스 운전은 심야버스처럼 해야"서울시 버스정책과 이만호 담당자는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나 사고가 자주 발생되는 버스에 한해 버스점검을 실시한다. 실질적인 정기적인 검사는 따로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