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의 일방적인 부당해고 통보에 항의하는 더마트 직원들. 영화 <카트> 중에서.
명필름
그즈음 회식 때의 일입니다. 아이들 때문에 회식 때 식사만 하시고 빨리 자리를 뜨시던 여사님이 그날은 꽤나 과음을 하셨지요. 그리고 영화 속 '최 과장'(이승준 분)인 파트장에게 "왜 정규직 약속을 지키지 않냐"라고 따지셨습니다. 왜 본인보다 늦게 들어온 남성들은 먼저 정규직을 시켜줘 내 기회를 잃게 만들었느냐고 성토하셨지요.
과장은 회사가 어려워진 걸 어떡하느냐 반박했습니다. 그 과장은 남성 직원들이 늦은 시간까지 남아서 일할 때 꼬박꼬박 칼퇴근하지 않았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급기야 회식 분위기가 험악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저는 1주일이 멀다 하고 이뤄지는 재고조사 때문에 수시로 밤을 새는 남성 직원들도 힘들다고 거들었습니다. 여사님들은 반찬값 벌러오는 거지만 여기 남자들은 다르지 않냐고도 하소연했습니다.
여사님은 한참 멍하니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그리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때 여사님은 차마 자존심 때문에 말씀하시지 못하셨지만 영화 속 선희처럼 "나 반찬값이 아니라 생활비 벌러 온 것이거든요"라고 말하고 싶으셨겠지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때 철없이 지껄인 말 한 마디가 여사님께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그까짓 정규직에 왜 그렇게 연연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이해해봤자 아무것도 달라질 게 없으니 그냥 모른 척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여사님이 <카트>란 영화를 보셨다면 여사님은 영화 속 '혜미'(문정희 분)를 보면서 많이 눈물을 흘리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유독 자존심이 강하셨던 여사님이 락커에서 진상 고객에게 무릎을 꿇는 혜미를 보고 울컥하지 않았을 리 없었겠죠. 또 동료들이 줄줄이 해직되거나 스스로 그만두는 상황에서 이를 물고 출근하셨던 여사님이 파업하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계산대에 선 혜미를 보고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우셨을 겁니다.
저 또한 가해자입니다...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