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
SBS
지난 1월 5일, SBS스페셜에서는 <부모 vs 학부모>라는 제목으로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이 다큐멘터리는 개인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입소문이 더해지면서 많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여파로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도 생겼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4 학부모가 뽑은 교육 브랜드 대상'에서 '2014 바른교육상'을 수상하는 것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상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계속 그 영향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드디어 이 다큐멘터리가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고, 그 외 다 담지 못한 이야기까지 담은 책입니다. 올해 9월 30일에 출간된 이 책을 저도 얼마 전에 구입했습니다. 근무하는 곳에서의 필요성 때문이기도 했고, 또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궁금증이라는 것은, 바로 다큐멘터리 초반에 나온 사건에 대한 것었습니다. 2011년, 그 사건이 터졌을 때 저는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가 사건에 대한 기사가 계속 보도되면서 저는 사건 속의 소년에게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을 움직였던 기사는 2011년 11월 28일에 <미디어스>의 한 칼럼이었습니다. '고3학생 모친 살해사건에 담긴 나와 당신의 합리적 폭력'이라는 제목의 그 칼럼은, 고3학생이 어머니를 죽이고 안방에 방치한 채 수능을 보러 갔다는, 당시 사건의 핵심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머니의 욕망과 아들의 욕망을 세세하게 짚어가며 쓴 그 기사를 읽고 저는 그 아들이나 저나 별로 다름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은 그 아들이, 범행 발각 직전에 말한 한마디때문이었습니다.
'아빠,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릴 거지?' 죽은 엄마를 방치한 채 여자 친구를 사귀고, 친구를 집에 불러 라면을 끓여 먹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그 소년의 진짜 마음이, 그 한마디에 다 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버림받을까 봐 학대를 당하면서도 어머니께 저항하지 못했고, 참다 못해 어머니를 살해하고도 또 다른 이들에게 버림받을까 봐 차마 범행 사실을 자백하지 못하고 8개월간 마음 속에 죄를 숨긴 채 살았던 그 소년의 외로움이, 그 순간 저의 마음에 뜨거운 물처럼 끼쳐 왔습니다.
소년을 다시 만난 것은 2014년 1월이었습니다
제 삶도 돌아보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우등생으로, 속 썩이지 않는 딸로 자라왔지만 제 마음속에는 늘 버림 받음에 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1등을 하지 못하면, 잘하지 못하면, 남들 마음에 들지 못하면 버림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저를 당시의 고등학교 교사의 자리로까지 이끌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사가 된 그때에도 저는 여전히 버림 받을까 두려워하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동료 교사들에게, 그리고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
깊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그런 교육 환경이 그토록 싫었으면서, 여전히 그런 교육 환경을 바꾸지 못하고 반복 재생하고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등급으로 학생들을 나누고, 시험 성적으로 상처받는 학생들에게 그래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격려하면서 저 또한 학생들을 버림 받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육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그전에도 사직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기사로 말미암아 사직 결심을 더 굳혔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소년이 형을 받고 잘 살기를, 죗값을 치르고 나서 새사람이 되어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했습니다.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 2월, 저는 학교를 사직했습니다.
소년을 다시 만난 것은 2014년 1월이었습니다. 잊힌 줄 알았던 그는 청년이 되어 다큐멘터리의 도입부에 등장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과거를 편지로 담담하게 전해 주었습니다. 그의 고민과 고통, 외로움이 글을 통해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것 같아서 내레이터가 편지를 읽는 내내 저는 먹먹한 가슴을 붙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큐를 담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책을 구입했습니다.
호기심 갖고 정독한 책, 그런데 이해가 안 됐던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