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고스트 메모리> 포스터
희망새
9월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귀신이 출몰한다는 경상북도 경산의 한 코발트 광산을 취재했다. 광산 곳곳에 보이는 부서진 인골들과 겁에 질린 듯 입을 닫는 주민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괴담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수천 명의 민간인들이 보도연맹 회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코발트 광산에서 목숨을 잃게 된 것이 사건의 전말이었다. 그것도 정부의 주도하에 말이다. 방송 이후 사람들은 숨겨진 역사에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덕분에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방송 이후 보도연맹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관련 자료가 쏟아지기도 했다.
코믹하지만 가슴 아픈 뮤지컬마침 시기적절하게 경산 코발트 광산 민간인 학살을 다룬 뮤지컬이 최근 막을 올렸다. 바로 노래극단 '희망새'의 <고스트 메모리>다. 2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래극단 희망새의 신작 뮤지컬인 <고스트 메모리>는 우리가 외면하며 잊고 있던 아픈 역사와 마주한다. <고스트 메모리>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잘 녹여낸 '웰 메이드' 뮤지컬이다.
<고스트 메모리>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인터넷 개인방송 BJ(Broadcasting Jockey)인 '왕코'와 '별성'은 '별풍선'(인터넷 개인방송 사이트의 캐시 아이템. 일종의 기부금 형식의 시청료) 대박을 위해 경산 코발트 광산으로 달려간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경산으로 가던 중 왕코와 별성은 얼떨결에 귀신 3명과 마주하게 된다. 그저 돈을 위해 코발트 광산에 찾아온 왕코와 별성은 귀신들의 소원을 이뤄주며 그들의 아픈 과거에 공감하게 된다.
"어느 날 둘러보지 못했던 주위와 과거의 슬픔이 나의 일이 되어 버릴 때가 있다. 그때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기억은 조작되고 왜곡되어질 때 사람들은 가짜의 현실을 살게 된다. 진실은 귀신이 되고 떠돈다. 이럴 때 모든 것이 공존한다. 우리의 작품도 코믹-공포-환타지-역사가 공존한다. 진실 찾기는 내 속에 있지도 모를 일이다." - 연출 조재현(뮤지컬 < 고스트 메모리> 브로슈어, 연출자의 말 중에서) 사실 민간인 학살이라는 주제는 무겁다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주제다. 하지만 <고스트 메모리>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부드럽다. 심지어 코믹하다. 그러나 그 코믹함과 따뜻함 뒤에 던져지는 서글픔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진다. 귀신들의 애절한 사연과 그들의 억울한 죽음이 지금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는 진실이 전하는 슬픔은 배가 되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