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민감하게 보호되어야 할 건강정보 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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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가 대량으로 집적되어 있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직원들이 개인의무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유출시켰다는 기사도 가끔 나온다. 가장 민감하게 보호되어야 할 건강정보 유출은 심각한 문제다. 은행해킹, 각종 포털사이트 및 카드사, 금융권의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마구잡이로 유출되면서, 한국은 개인정보에 가장 관대한, 어찌보면 엉망인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를 잘 지키기 위한 각종 정책이 요구된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개인 건강정보를 사기업에 팔아넘길 수 있도록 규제완화까지 시도하려 한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6차 투자활성화 방안 중 보건의료 부문에는 병원의 영리화에 관한 정책 뿐만 아니라 건강정보에 관련한 정책도 있다.
'건강정보 보호 및 활용 법률'을 만들고, 공공기관들이 보유한 국민 건강 관련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연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것. 현행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에 건강정보에 대한 조항이 있을 뿐, 별도의 건강정보 법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얼핏 보기엔 취약한 법적 기반을 보완하겠다는 것 같다. 그런데 다시 보면 법 조항의 이름부터가 모순적이다. 건강정보를 보호하면서 어떻게 동시에 활용하겠다는 말인가?
이미 2006년 보건복지부가 이와 유사한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운영에 관한 법률'을 추진했다가 각계각층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건강정보의 보호보다 의료기관끼리 건강정보를 교류하고, 개인 식별이 가능한 건강정보를 외부 기관이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는 조항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박근혜정부가 다시 추진하려는 법안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건강정보의 활용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우선 첫째로 환자 편의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이는 정부 보도자료에도 써있듯, 의료와 IT의 융합, 즉 원격의료를 위한 조치다. 현행법으로는 환자 동의 하에 의료인-의료인 간 개별적 진료기록 확인 및 송부만 가능하다. 따라서 전산망을 통해 건강정보를 전송·보관·관리하고, 사실상 제3자(통신망을 제공하는 회사, 건강관리서비스 회사 등)가 건강정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원격의료도 가능해진다.
그래서 이번 6차 투자활성화계획에 개인정보 규제완화를 집어넣은 것이다. 이로써 의료기관 이외의 곳에 민감한 개인질병정보가 집적·관리되고 이것이 통신망을 통해 교류될 경우, 필연적으로 정보누출의 위험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장기간 원격의료 시범사업 하고도 도입하지 않는 유럽,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