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부분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나 방학 중에나 주야장천 취직준비에 올인한다.
남궁영진
임용시험 준비생 S씨(영어교육과 4년)는 "장기적 취업난으로 교사를 지망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임용시험 경쟁률이 날로 치솟고 있다"며 "전국의 실력자들과 경쟁한다는 생각에 매우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입학하는 순간 교사를 목표로 임용시험 준비에만 매진했기 때문에 따로 만들어 놓은 스펙도 없다"면서 "'교사가 아니면 갈 길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정신을 바짝 차린다"고 말했다.
확실한 목표를 갖고 공부를 하면 힘들지만 그만큼 동기부여가 된다. 도서관에서는 전공을 열심히 공부해 대학교수가 되거나 관련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도 간간이 만나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남다른 포부 없이, 별다른 꿈도 갖지 않은 채 맹목적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C씨(기계공학과 4년)는 국내에서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H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C씨가 이곳에 들어가려 하는 이유는 단지 '고 연봉' 때문이다. 그는 "집이 무척 가난해 어릴 때부터 '돈 많이 주는 회사에 가자'는 생각을 품었던 것 같다"면서 "'높은 연봉을 목표로 하는 자신이 한심하지만, 더 문제는 자신이 진정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모르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H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본 스펙은 충족한 상태로, 필기시험에 대비해 500페이지가 넘는 상식 책을 읽고 있다"면서 "아무런 의미 없이 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마치 전화번호부 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B(국문학과)씨는 C씨보다 더 심각하다. 1년을 휴학하고, 졸업을 1학기 미룬 끝에 얼마 전 졸업했지만, 좀처럼 미래에 대한 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취업으로 가는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C씨는 "학생 시절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알바에 주력하다 보니 학점 관리를 제대로 못했다"며 "취업에 자신 없어 졸업도 유예했지만 달라진 것이 없었고, 등 떠밀 듯 졸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앞으로 내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 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이 학교 도서관 관리자 K씨는 "근무한 지 5년이 다 돼 가는데,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이러한 도서관의 광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에 눈도장을 찍는 학생 중 영롱한 눈빛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언제부터 학생들이 공부와 취업의 노예가 된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고 밝혔다.
이 대학 C 교수(영문학과)는 "학생들에게 가장 급한 과제는 취업인 게 현실이지만 대학이 상아탑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큰 걱정"이라며 "대학과 학생, 당국이 대학의 정상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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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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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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