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지난 8월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5차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금융권에 다시 한 번 '규제 완화 바람'이 거세다.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 보신주의'를 강도 높게 질타한 이후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유동성 규제를 풀어주고 제재 규정을 손보는 등 박 대통령의 지적을 일사분란하게 받들고 있다.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금융연구기관에서도 금융권 보신주의를 혁파하기 위해 금융회사 건전성 규제의 빗장을 풀어야 한다는 논리를 제시하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가계부채의 우려 속에서 최경환 기획재정부 부총리의 령(令)에 따라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전격적으로 완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부채 심각한데 돈 더 빌려주라는 정부
실제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26일 예대율(총 예금에 때한 총 대출비율)을 산정할 때 온렌딩대출과 농림정책자금대출, 새희망홀씨대출 등 정책자금대출을 제외하는 내용으로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늘어난 대출 한도만큼 돈을 더 시중에 풀라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조치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21조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은행권을 통해 시중에 풀린 온렌딩대출 규모는 10조 원, 농림정책자금대출은 8조 원, 새희망홀씨 대출 규모는 3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 강도도 사실상 낮췄다. 금융기관 직원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를 원칙적으로 없애기로 한 것이다. 부실 대출이 발생해 제재를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버리고 마음껏 돈을 빌려주라는 일종의 '시그널'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은 한발 더 나가고 있다. 금융회사 부실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자산건전성 관련 규제를 완해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당국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이 대출포트폴리오를 안전자산 위주로 구성, 돈이 필요한 곳에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대손충당금 적립비율 등과 같은 건전성 규제를 느슨히 운영해 더욱 적극적인 대출이 이뤄지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8월 31일 '국내 은행의 보수적 자금운용 관행과 개선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보수적 자금운용은 대출 구성이 안전자산 위주로 재편되면서 발생했다"며 "은행들의 위험자산 취급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호황기에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높이고 불황기에는 낮추는 동태적 대손충당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