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식단3 일간 고기만 먹다가 물렸다.
허성갑
둘만의 첫 번째 식사는 평소 나 혼자 즐겨 찾던 파스타집으로 정했다. 아들에게 메뉴를 보여주자 아들은 파스타가 아닌 스테이크를 먹겠단다. 아들은 육류를 좋아했고, 나는 면류를 좋아했다. 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했다. 아들의 식성을 파악한 이후의 메뉴는 고기로 고정됐다. 등심, 안심, 육회, 등갈비…. 느끼했지만 까다로운 아들의 입맛에 맞춰 줄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잠자리는 하나뿐인 싱글 침대를 아들에게 양보하고, 난 침대 아래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았다. 키우는 고양이 한 마리 외에는 늘 적막했던 집에 아들과 함께 있으니 푸근함이 느껴진다.
다음날 밤, 아들이 침대가 아닌 바닥에 있는 내 이부자리에서 뭉그적거린다. 침대로 올려보내고 각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아들이 바닥을 선호한 이유는 떠난 뒤에나 알 수 있었다. 시원하게 자라고 어머니가 보내주신 까슬까슬한 침대용 패드가 싫었던 모양이다. 내가 깔고 잔, 부드러운 촉감의 일반 패드가 좋았던 것. 그럼에도 아들은 서먹한 내게 잠자리를 바꾸자는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두 번째 배려도 '실패'다.
아들과의 추억 쌓기... 거듭 '실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