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 채용박람회의 보도자료. 박람회에서 38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명시돼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채용박람회에서 "180여 개 기업이 참여하여 약 3800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삼성·롯데 등 아홉 개 그룹, 59개 대기업 계열사는 채용박람회에서 26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채용을 실시하는 대기업은 전무했으며 면접을 진행하는 대기업 계열사는 열두 곳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온라인으로 사전 지원을 한 사람에게만 면접 기회를 부여하는 곳이 대다수였다.
또한 보도자료에 어느 기업이 면접과 채용을 실시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승무원을 지망하는 최민혜(26)씨는 H기업의 계열사 부스 앞에서 "저는 면접을 볼 수 없었어요, 미리 지원하고 합격한 사람들만 면접을 볼 수 있더라고요"라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취업준비생인 이찬미(28)씨 또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여기서 채용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왔는데 면접 기회조차 거의 없었어요. 있다고 해도 사전 정보를 알려주는 수준의 면접이었어요. 온라인으로 알아보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면접 실시하는 대기업은 열두 곳뿐속 타는 구직자들과는 달리 행사를 주최한 정부 부처는 태평한 모습이었다. 김두경 고용노동부 시간선택제창출지원단 사무관은 "대기업은 따로 채용 절차가 있다, 사실상 대기업은 박람회장에서 바로 면접을 보기는 힘들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채용박람회의 첫째 목표는 (채용이 아니라)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보도자료와는 상반된 이야기를 했다.
기업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면접 부스조차 설치하지 않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김진성 롯데그룹 홍보팀 수석은 "실질적이고 정식적인 면접은 이뤄지지 않는다"라면서 지원서는 온라인으로 따로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박람회에 참가한 목적을 묻는 질문에 '홍보 차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성현 신세계그룹 홍보팀 부장은 "대부분 상담 위주로 이뤄진다, (박람회에는) 설명과 상담을 해주기 위해 참여했다"라고 밝혔다. 다른 대기업 부스에 가서 물어봐도 대부분 비슷한 답변이 돌아왔다. 삼성그룹 에스원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밝힌 채용 인원이 박람회 참가를 위해 추려진 건 아니다, 이력서 접수는 삼성커리어넷에서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으로 정보검색만 할 줄 알면 박람회장에 굳이 오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면접을 실시하는 대기업은 SK그룹 계열사(10곳)와 스타벅스커피코리아(신세계), 에어코리아(한진 계열) 공항지상직 등 열두 곳이었다. 이번 박람회에서 뽑는다고 한 2600명 중 이들이 채용하겠다고 밝힌 인원은 395명. 15% 남짓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