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연합뉴스
신임 교육문화수석으로 임명된 송광용 선배님이 활약한 해는 2004년입니다. 먼저 제자 황아무개씨의 석사학위논문과 동일한 제목, 방법론, 데이터를 가지고 학술지에 공동저자로 발표했습니다. 두 논문은 문장도 거의 대부분이 일치합니다. 또 송 선배님은 제자 김아무개씨가 제출한 석사학위 논문을 김명수 선배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제1저자로 한 축약본을 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아차, 하나 잊을 뻔했습니다. 1997년 동일한 제목의 논문을 학술지 두 곳에 동시 게재한 '사고' 말입니다. 교수들이 실적에 쫓겨 연구 윤리 위반 유혹을 느낀다는 이야기는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무려 14년 전에 그런 '위기의식'을 느껴 실적을 부풀리고자 중복 게재라는 무리수를 뒀다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그 결과 연구실적을 높이 평가받으셨는지 송 선배님은 2007년에 서울교육대학교의 총장으로 영전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집니다. 바로 불법수당 수수 의혹입니다.
선배님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교대 산하기관인 평생교육연수원에서 수당을 불법으로 챙겼다가 교육부 감사에 적발됐지요. 선배님은 행정소송까지 내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1400만 원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의혹의 종류와 가짓 수에 비하면 김명수 선배님이 한 수 위인 듯하지만, 송 선배님도 만만치 않습니다. 참, 잘들 하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선배님들께 배운 것이 있다면...교육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보편적인 행위양식이라는 걸, 대학에서 배웠습니다. 말하자면, 삶의 어느 곳에서나 또 언제나 인간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습니다. 가장 보통의 사람에서부터 가장 악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또 누군가의 장점은 물론 결점까지도 스승으로 삼고자 하면 배우지 못할 바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부끄러운 두 분 선배님은, 제게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고자 의도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김명수, 송광용 선배님께서는 스스로의 몸을 던져 학계의 많은 문제들을 드러내고 계십니다.
서울대 교육학과가 대한민국 교육을 망친다는 이야기는 결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선배님은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후배에게 던지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주말이면 박근혜 대통령께서 귀국합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참극 인사'의 종지부를 찍을 것인지, 혹은 '인사 참극'을 밀어붙여 '국정 참극'을 초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선배님께서 대통령 귀국 전 자진 사퇴해, 부디 이번 주말부터라도 발 뻗고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두 선배님이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그래야 저와 같은 후학들이 두고두고 이 부끄러움을 떠올리고 곱씹으며 떳떳한 길을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부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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