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섭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박상용
이어서 두 번째 강사인 환경전문기자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조홍섭씨가 등단했다. 조씨는 생태계에 100조 마리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하면서 우리 몸의 미생물은 함께 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은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고 하면서 두 가지 재미있는 예를 들었다. 물속에서 사람 손이 오돌토돌 붓는 것은 물속의 고기나 조개 같은 물건을 잘 잡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또한, 사람이나 동물의 어미가 새끼를 안으면 울다가도 그친다는 것이었다. 이동하는 순간 위기가 닥친 것을 직감하고 "조용해야지"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동물로서의 인간은 상어의 식성을 가진 쥐라고 얘기했다. 닥치는 대로 먹는 상어와 번식력이 큰 쥐에 비유한 것이었다.
조씨는 '인간만을 위한 지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18세기 중반 이후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가 도래했다고 응답했다. 즉 지구온난화를 말하는 것이었다. 인류의 에너지 사용이 엄청나 인간은 어느덧 '에너지노예'가 돼가고 있다고 했다. 1인당 10명의 노예를 데리고 다니는 것과 같다고 했다.
원래 등산은 산을 힘들게 오르는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자기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요즈음 등산은 소비로 변해버리면서 자연을 파괴하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태안 앞바다 석유유출 사고에 대해서 언급했다. 기름을 뒤집어쓴 채 사경을 헤매는 새의 사진이 석유소비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9일간 12,000km 논스톱 비행을 하는 '큰깃부리도요새'의 휴게소도 새만금 개발로 인해 사라졌다고 했다. 그로 인해 개체 수가 20%나 줄었다고 했다. 닭고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한동안 닭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돼지와 소의 평균 수명에 대해 물었다. 모두가 자연과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동물복지에 대해 얘기하면서 인간이 좀 불편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도 아파하니 불필요한 고통은 주지 말자고 말했다. 1960년대 10만여 명이 모래사장에서 목욕하고 놀던 한강을 그대로 뒀다면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명소가 돼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1960년대 프랑스나 1960년대 후반 일본은 지금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30% 적었으나 문화·복지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았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더 사람다운 문화를 발달시키는 것이 지속가능한 발전모델이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1970년대 호주 양 떼가 만들어놓은 지리산 바래봉 철쭉을 언급하며 인간과 자연의 타협을 얘기했다. 자연과 공존이 불편을 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같은 공간에 다른 생각을 하는 상반된 예를 들었다. 자연개발 현장으로 낚시터를 조성해 낚시대회를 여는 것과 자연보호 현장으로 년간 1000억 원대 수입을 올리는 순천만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고기를 덜 섭취하십시오!" "많이 걸으십시오!"라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그리고 '공존은 행복한 불편이다'라는 말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