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20억 조회를 기념하는 이미지가 공개됐다
YG엔터
이 순간에도 <강남스타일>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2014년 6월 1일 현재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강남스타일>의 조회수는 20억이 넘는다. 20억뷰! 세계 최고의 조회수다. 앞일은 모르는 거라서 감히 말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수년간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회수 20억 돌파는 <강남스타일>이 하나의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특별하고도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됐다는 걸 의미한다. 인터넷이 가능한 사람들은 모두 다 <강남스타일>을 봤고 즐겼고 유통시켰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한 강연에서 <강남스타일>을 강연의 주요 소재로 삼으면서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비틀즈 이후 최고라면서 현대 철학의 맥락에서 <강남스타일>을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콘텐츠 분석이론에 의하면 <강남스타일>이 하나의 세계적 사건이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해석 할 수 있다. 하나는 '보편적으로 좋은 콘텐츠'라는 입장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콘텐츠가 된 <강남스타일>은 당연히 보편적 가치와 그 보편적 가치를 풀어낼 보편적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게 그 주 내용이다.
둘째는 '한국적 콘텐츠의 특성'을 <강남스타일>이 잘 살려서 세계적 콘텐츠가 되었다는 주장이다. 한류(Korean Wave)의 입장에서 <강남스타일>의 흥행 성공을 분석하는 견해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국 드라마의 중국, 동남아 진출과 K- POP(케이팝)의 유럽 시장 진출 성공의 맥락에서 <강남스타일>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
이 두 주장은 각기 다른 세계관을 대표하고 있다. 보편성과 특수성, 지역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대립 또는 융합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 하나 다 중요한 주제들이다.
<강남스타일>과 <마카레나> 공통점과 차이점우선 첫째 주장에 대해서 알아보자. <강남스타일>이 '보편적으로 좋은 콘텐츠' 라는 입장은 <강남스타일>의 빠른 확산속도, 특히 미국에서의 빠른 확산 속도와 관련이 있다. 영어권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콘텐츠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영화, 음악, 문학 작품 등 장르를 불문하고 아메리카 정서를 담보하고 있지 않으면 특이한 콘텐츠로 취급 받아서 일부 마니아층이나 특수 계층에만 수용되고 이내 소멸되어 버린다.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미국인의 감정에 이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보편적 미국인의 정서는 바로 세계적 보편성으로 쉽게 치환된다. 미국이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이 된 이후 이런 현상은 이제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이제 <강남스타일>을 보편적 관점이 아닌 한류적 관점에서 보자. 한류는 한국 콘텐츠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서 일으킨 일종의 사회적, 문화적 붐과 흐름을 통칭하는 표현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한류 콘텐츠는 꼭 한국적 정서를 반영한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 콘텐츠도 있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의도적으로 만든 콘텐츠도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 하더라도 한국인이 한국자본에 의해서 한국사람들을 등장시켜 만든 콘텐츠라는 것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강남스타일>이 기존의 전형적인 한류 스타일의 콘텐츠는 아니지만 한국적 정서의 기반 위에서 탄생한 콘텐츠이고 그렇기 때문에 서구인들에게 충격과 신선함을 던져주었다고 볼 수 있다. 동영상에 나오는 많은 장면들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풍습을 재현한 것이다. 외국 소비자들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조작한 장면은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오히려 <강남스타일>이 더 '한국적' 콘텐츠라고도 할 수 있다. 해외시장을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 분석과 달리 정보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해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종종 <강남스타일>은 <마카레나>와 비교된다. <마카레나>는 스페인 세비야 출신 음악 듀오 로스 델 리오의 경쾌한 노래다. 처음엔 스페인에서 히트를 쳤고 이후 라틴 아메리카, 푸에르토 리코 등을 거쳐 미국의 베이사이드 보이즈에 의해 리믹스 된 후 1990년대 중반 영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14주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얼마 되지 않는 외국어곡이다. 2012년 기준으로 빌보드 차트 HOT 100에서 1위를 차지한 6번째 비 영어권 노래다. 중독성 있는 후크송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끌리는 춤 동작 등이 <강남스타일>과 흡사하다. 그러나 <마카레나>와 <강남스타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바로 확산 속도다.
<마카레나>가 빌보드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약 4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원산지 스페인에서 출발하여 남미를 거쳐 마이애미, 뉴욕으로 긴 거리를 돌아서 왔다. 반면 <강남스타일>은 리얼 타임으로 미국 뉴욕에 입성했다. 유튜브에 올린 지 약 4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차트 2위에 올랐다. 매우 큰 차이다. 여기서 이 차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유튜브, SNS 등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위력에 대해 언급하기 위해서다. <마카레나>는 유람선을 타고 세계일주를 거쳐 마지막에 미국에 도착한 느긋한 완행여행이었고 <강남스타일>은 뉴욕 직행 전세기를 타고 몇 시간 만에 미 대륙에 도착한 특급여행으로 비교될 수 있다.
저작권 방임과 그 반대급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