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교수가 한국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원혜영의원실
"박근혜정부 폐쇄회로식 운영, 국정 아젠다 안보여"박근혜정부에 대해 비판 내지는 평가를 해보면 국정 아젠다가 무엇인지 발견하기 어렵다. 정부출범 6개월이 지났는데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국정과제의 포착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중앙정부 문제뿐만 아니라 각 부처가 무엇을 정책 지표로 삼고 있는지 발견하기 어렵다.
대선 때 핵심이슈였던 재벌개혁을 포함한 경제민주화 이슈는 지금 후퇴, 폐기되고 있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각 부처의 수장이 선거 때 공약했던 정책을 추진하고 집행하는 과정,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와 선거사이 즉, 평상시에 정부가 운영되는 과정이 책임정부의 원리에 기본을 두고 운영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초고 원리다. 권력의 행사나 정책의 집행과정이 국민에게 소상히 전달되고 이해되는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운영은 폐쇄회로 방식이어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의사도 불분명하고 각 부처 장관이 무엇을 하는지도 쉽게 포착되지 않는다.
권력행사 방식을 보면서 미국사례를 하나 언급할 수 있겠다. 미국의 연방준비은행 의장인 버냉키가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난다. 그런데 다음 총재 임명시기가 6개월도 넘게 남은 시점에서 모든 정당의 주요인사, 언론 등이 두 사람의 후보를 두고 인물평에서부터 정책지향, 이념성향, 공직에 있었을 때 정책 방향, 능력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평가한다. 긴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증하면 여러 사람의 반대가 있더라도 왜 이 사람이 임명되게 됐는지 이유를 충분히 알게 된다. 또한 이러한 검증절차를 거치면 장관에 임명됐을 때 담당 부처에서 충분한 동력을 얻어낼 수 있다.
우리의 경우 깜짝 인사라고 해서 공직을 일종의 개인적인 소유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폐쇄적 방식으로 임명되는 과정자체가 좋은 정책을 만들기 어렵게 만든다.
자신이 내세운 공약도 지키지 못하고, 이를 대체할 국정과제와 목표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정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의 전체적인 특성으로 허약한 대통령을 꼽을 수 있다.
"정보기관의 민주적 통제, 정치의 중요 과제"다음 문제로는 한국정치의 중대의제에 대해서 언급하겠다. 첫 번째는 국가 정보기관을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문제다. 국정원의 지난 대선과정에서 선거개입 의혹은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보기관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치가 풀어 나가야할 중요한 과제다.
다음으로 남북한 간의 적대적 관계를 평화적으로 정착시키는 안보-평화 문제가 있다. NLL문제는 적대적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정착시킬 것인가 하는 비전과 목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지엽적인 NLL 대화록이 존재하느냐 아니냐 하는 부차적인 문제로 논쟁이 되고 있다. 앞서 지적한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전임대통령이든, 상대당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지 않는데서 비롯된 문제다. 매우 지양해야 할 현상이다. 이성적,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이 문제다.
그러나 국정원 선거개입과 NLL 사건은 종류도, 내용도 다른 이슈이기 때문에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는 국정 조사를 해서 양당 간 합의로 밝혀져야 한다. 재방방지 대책이 다뤄져야 한다.
NLL문제는 기록물 보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정치의 중심이유로 오래 끄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벤자민 긴스버그와 마틴 세프터가 쓴 저서인 '다른 수단에의한 정치'라는 말이 있다. 다른 수단에의한 정치는 폭로, 조사, 고발 세 내용으로 구성된다. 미국이 닉슨정부 때부터 클린턴 정부로 오는 과정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야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면서 정치로 해결할 문제를 사법적 방법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정치가해야 할 문제를 사법적 송사로 넘기는 과정이 정치를 퇴행시킨다는 것을 말한다.
국정원 선거개입, NLL문제도 다른 수단에의한 정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여야 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것임에도 이 문제를 끌고 오는 것은 정치의 실패다. 필연적으로 검찰조사가 진행되고 이 과정에서 망가지는 것이 정치다. 정치가 해야 할 문제를 사법적 문제로 넘기고 해결을 바라는 것은 정치인과 정당들의 자기 부정 행위다.
'함구의 규칙'이라는 것이 있다. 때로는 행위 하지 않는 것도 정치다. 갈등의 결과가 파괴적 결과를 낳을 것을 예상하면서 끝까지 정치를 험악한 갈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치의 기술과 거리가 멀다. 해결이 난망할 대 암묵적 합의를 통해 거론하지 않는 것은 상당한 정치적 기술을 요구한다.
독일은 사회적 시장경제 모델만이 좋은 게 아니라 정치수준도 높다. 독일 총선이 오는 9월에 열리는데 기민당 정부는 자국의 중산층 상황이 결코 더 좋은 것이 아님에도 경제성과를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나라에 제공하는 정책을 펴왔다. 선거가 다가왔을 때 야당이 다른 나라에 구제금융 정책을 펼치는 여당을 향해 문제제기 할 수 있음에도 독일 투표자들, 여야 정당은 정치적 이슈로 거론하지 않는다. 여야당의 정치적인 도덕, 윤리 수준이 높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겠다. 민주당이 어떻게 하면 야당으로써 국민의 신망을 회복하고 기대되는 역할 할 수 있느냐.
첫째는 정당 리더십을 세우고 집합적 행위하는 정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이래로 여러 형태의 정치개혁을 취해왔다. 당내 민주화, 돈 안드는 선거, 완전국민경선제, 외부인사로 구성된 선거 후보선정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당의 리더십도 당대표를 정점으로 한 리더십의 탈권력화를 추구하면서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하게 됐는데 문제는 이러한 개혁이 민주당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정당리더십이 해체되고, 정당이 집합행위를 할 수 없는 조건으로 만든 것이다. 저는 이것을 프랜차이즈 정당이라고 표현하는데 정당이 당으로서 리더십의 정점, 구심력을 가지고 집합적 행위를 하지 않고 각자 정당의 이름을 가지고 활동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둘째는 경제민주화. 사회경제적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민주당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정치학 이론에서 '권력의 장' 이론이 있다. 특정의 정책 영역이 얼마나 여러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해집단내지는 세력들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를 중심으로 해서 정책의 수준을 몇 가지 구분해서 장이론이라고 하는데 배분적 정책, 규제적 정책, 재분배 정책 세 가지로 나뉜다.
배분적 정책은 특별한 갈등이 필요 없다. 지방교부금의 배분과 같은 것이다. 두 번째 규제적 정책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매우 좁은 경제영역이다. 세 번째 재분배 정책은 복지, 고용, 노동, 조세 등 여러 가지 분배문제와 관련된 정책 영역이다.
경제민주화 이슈는 재분배 정책에 속하는 영역이다. 이 재분배 정책이 기본적으로 특정의 기업, 계층영역에서 이해관계 이익을 배분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갈등이 첨예한 영역이다. 경제민주화 이슈는 힘을 가진 재벌대기업 문제와 이해관계 집결된 문제라고 할 때 개별 의원이 노력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민주당이 당력을 전부 결집해 경제민주화를 총력으로 다루지 않는다면 구호 수준에서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기존의 성장중심 경제정책과 다른 개혁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민주당이 당의 리더십을 만들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결집해서 추진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분배문제, 노동문제, 경제민주화의 상당한 변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선거개입, 형식적 민주주의마저 퇴보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