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정의의 나라 9차 포럼에서 곽정수 기자가 발제를 하고 있다.
원혜영의원실
히든챔피언의 특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규모는 중간정도, 가족소유 내지는 가족소유 경영을 하는 곳이 대다수다. 그리고 구체적인 기술에 기반 한다.
가족 소유경영의 가장 큰 강점이 리더십의 지속가능성이다. 경영행위를 하는데 장기시각에서 투자를 결정하고 성장산업에 역량을 모으는 것이 전문경영체계보다 강점이다. 그다음에 고성과를 추구하는 문화, 혁신을 중시하고 직업훈련제도/평생학습체계가 잘 갖춰있다. 사회공헌(CSR) 뿐만 아니라 밑바닥에 깔려있는 정신이 세계화다.
독일을 방문했을 때 '푹스 오일'과 '바피오스'를 찾아갔는데 아마 들어본 적이 없는 기업일 것이다. 푹스 오일은 윤활유 만드는 곳이고 바피오스는 강철선 가공설비(강철 와이어 벤딩 머신)를 하는 회사다. 이 회사들은 매출액이 각각 2조6000억 원, 1600억 원 수준이지만 세계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독일의 히든챔피언, 내수와 대기업 의존 탈피해 글로벌화"히든챔피언의 3대 성공비결이 있다. 먼저 기술력으로 틈새시장에 집중한다. 우리 중소기업이 낮은 가격, 다시 말해 가격경쟁력으로 승부를 하려고 하는데 독일은 가격이 아니라 품질, 기술력으로 승부한다. 그리고 우리 대기업처럼 다각화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특정 분야에 집중 한다.
두 번째 성공비결은 직업훈련시스템, 평생교육이 잘돼 있다. 우수한 숙련인력을 중시해서 경제가 어려워도 구조조정을 하는데 있어 상당히 신중하다. 이들을 잃으면 회사의 경쟁력을 잃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다음에 우리 기업과 달리 글로벌화 되어 있다. 내수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는다. 글로벌화가 어렵지만 내수 및 대기업에 의존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오랜 경험 속에서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기업을 사적소유가 아닌 사회 공기로 인식"네 번째를 꼽자면 '합리적인 가족소유 경영'이다. 가족소유와 전문경영체제의 장점을 결합한 사례가 '밀레'다. '합리적'이라고 표현을 한 이유는 우리 재벌과 다르게 창업주 가족의 이익보다 회사를 중시한다. 기업은 오너, 총수일가의 개인적인 재산이 아니라 사회적 공기라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업경영, 승계에 있어서도 장자승계가 아니라 철저한 검증과 선정 프로세스를 거쳐서 한다.
우리나라 재벌 총수를 만나면 '우리나라 상속증여세가 최대세율, 대주주 할증료를 포함하면 60%에 이르는데 이런 시스템에서 제대로 세금 내고 할 수 상속증여 할 수 있겠냐, 우리를 범죄자로 만드는 건 국회의원이다'라는 말을 한다. 표면적으로는 그 말이 많다. 그런데 독일의 오너경영을 하는 가문들은 기업을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가업 승계에 있어서 상속세를 면제해 주고 있는 것이다. 토양이 다른데 세제 제도만 가지고 문제제기를 한다. 한국의 재벌인 삼성, 현대차, SK, 한화, CJ를 보면 총수들이 감옥에 가있거나 가기 일보직전에 특혜 받아서 안간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기업들은 도움이 된 대표적인 정책을 노동시간 단축프로그램으로 든다. 글로벌 위기 때 해고 없는 경제위기 극복의 중요한 기제가 됐다.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의 50%를 줄이고, 임금도 50% 줄었다. 기업은 경제위기 속에서 굉장한 압박을 받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서 해고를 하지 않고 일자리 안정을 이루면서 노동자의 양보-임금축소를 받아냈다.
이렇게 노사가 합의를 하면 정부는 해고를 자제한 기업에 대해서는 노동자의 줄어든 임금의 60%를 임금으로 지원했다. 노동자는 노동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임금은 기존의 80% 정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용도 안정시키고 이후에 경기가 회복됐을 때는 숙련노동자를 바로 투여할 수 있으니깐 기업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는다.
기술자는 신형 포르쉐, 대학졸업자는 중고 폭스바겐 타는 나라또 하나는 산학연계, 직업훈련시스템이 잘돼 있다. 독일은 매년 70~80만 명의 산학연계 직업훈련 시스템을 거친 노동자를 배출한다. 우리로 치면 고등학교 1학년과정(미틀레레 라이페)을 마치고 기업에 3년 인턴십 과정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기업에서 이론적인 공부, 실질 훈련을 겸하는 것이다. 인턴 과정이 끝나면 기업에 바로 취직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바로 자기에게 도움 되는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대학 졸업생들이 입사하면 다시 훈련시켜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독일은 매년 아비투어라는 대입자격시험을 보고 대학에 가는 인력이 30만명 정도다.
대학에 입학한 30만명과 산학연계 직업훈련을 마친 70~80만명이 사회로 진출했을 때 지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독일의 대표적인 주간지 디자이트에서 2011년에 추적 조사 보도를 한 적이 있다. 표현을 빌리면 직업훈련의 과정을 거쳐서 기술자로 나온 사람은 사회 진출 10년 뒤 고급차인 '신형 포르쉐'를 타는 반면, 대학에 진학한 30만명은 대중차인 '중고 폭스바겐'을 탄다고 하더라.
한국은 독일처럼 할 수 없나. 여러 요인이 있지만 독일의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임금 차이가 10~15% 정도인 반면 우리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60% 수준이다. 또한 사회적인 분위기도 독일은 중소기업이라고 아래로 보지도 않는다. 제가 만난 독일 교수가 어릴 때 책을 좋아했는데 기술배울 생각 않고 쓸데없이 책 본다고 할머니한테 자주 혼났다고 하더라.
2011년에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은 한길로만 가는 사회(one-shot society), 대학에 안가면 낙오자가 되는 분위기인데 독일은 여러 가지 선택의 길이 있는 사회(Germany 5~10-shot society)라고 표현했다.
슈뢰더의 '아젠다 2010' 정책이 독일경제 부흥 이끌어독일이 10년 전에는 어려웠지만 경제 강국으로 부활한 결정적인 이유는 슈뢰더 총리의 '아젠다 2010' 때문이다. 그 때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서 사측은 고용 안정, 노동자는 임금인상 요구 및 파업 자제를 했다. 정부는 독일 기업의 법인세율을 두 차례 인하했다. 독일 법인세율이 2001년 이전에는 40%였는데 2001년 슈뢰더가 25%까지 내렸다.
우리나라였다면 대기업 특혜라고 난리가 났을 일이다. 그런데 2008년에 지금의 메르켈 총리가 15%까지 내렸다. 물론 OECD 평균 법인세율은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런데 독일은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런 정책을 편다. 왜 가능한가. 독일기업은 한국 재벌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인세율 낮추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해서 총수일가가 혜택을 받을 텐데 국민들이 그걸 어떻게 납득하겠나.
결론을 세 가지로 정리하겠다. 경제기자 20년을 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소기업이 잘못되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의 대부분은 대기업 때문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독일 모델을 공부하며 느낀 것은 독일 중소기업의 인식은 처음부터 국제화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에 의존해선 안 되고, 가격이 아니라 기술력을 가지고 틈새시장을 노려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이 여기서 배워야 한다. 물론 세계로 나가고 기술에 투자, 인력에 투자 하는 토양자체가 대기업 착취구조에서 굉장히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잘되는 쌍끌이 경제구조가 돼야"두 번째로 대기업의 중소기업 착취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그래서 경제민주화 문제가 중요하다. 중소기업 살리기 위해서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거래가 중요하다. 그래야 중소기업이 강해질 수 있다.
제가 기사로도 썼지만 작년도에 현대차가 10%에 가까운 이익률을 냈다. 협력사들은 이익률이 3% 수준이다. '이런 게 양극화 아니냐'고 했더니 멋쩍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래도 우리는 물량을 계속 줍니다'고 하더라. 그런데 물량만 주는 시스템으로는 히든챔피언이 나오지 않는다. 재벌 하나만 잘되는 '외끌이 경제'가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잘되는 '쌍끌이 경제구조'로 바뀌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로 사회체제와의 조응이다. 고용 대란 속에서 중소기업 인력부족이라는 모순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독일식 직업훈련시스템은 한국으로 그대로 가져와서 적용하기 쉽지 않다.
독일은 70~80만 명이 실업계 과정으로 가는데 있어 결정을 초등학교 고학년 때 선생님들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적용하면 난리난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은 단편적으로 어떤 정책을 따와서 적용하려고 하는 단견보다는 강점을 가진 독일 모델의 핵심이 우리사회와 무엇이 다른지, 그것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해야 실질적인 성과 나올 것이다.
사회 – 원혜영 의원몇 가지 좋은 정책을 뽑아서 한국에 이식한다고 그것이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느냐 고민이다. 종합적, 체계적으로 정치 특히 국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논의되면 좋겠다.
"히든챔피언 밀레, 틈새시장 공략·가족경영·핵심역량 집중 등 특징"사례발제 –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지몬 교수가 히든챔피언을 언급할 때 대표사례가 '밀레' 기업이다. 밀레가 취급하는 제품군은 세탁기, 세척기, 진공청소기, 오븐 등 주방가전 중심으로 특화돼 있다. 조금 전 발제에서 히든챔피언의 특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고 했는데 밀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밀레는 매출액(2012)이 31.1억유(4조5천억원) 정도로 매출액의 70%는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밀레 경영의 특징 6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로 가족경영회사다. 밀레와 진칸이 공동창업해서 114년 됐다. 처음에 밀레크림분리기로 시작했다. 당시 소 5마리 가격으로 상품을 내놔서 2년6개월만에 첫 제품이 팔렸다. 팔리지 않으면 가격을 낮추거나 했을 텐데 '고가(High price), 양질의 제품(High quality), 명성(High brand)' 정책을 고수해서 가인시키고 시작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