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불이 걸린 증심사 모습. 이 괘불이 얼마나 웅대한지는 사람들의 키와 견줘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정환규
내년 초파일에 갈 곳을 나는 이미 정해두었다. 대구시 수성구 시지동 산15번지 천을산 입구에 있는 증심사가 바로 그곳이다. 이유는 이 사찰이 대구경북권에서 가장 큰 괘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괘불을 일 년 중 단 하루, 초파일에만 걸기 때문이다.
증심사는 1950년에 창건된 절이다. 정오 화상께서 창건하셨는데, 처음에는 동네 이름을 그대로 옮겨 시지사라 불렀다. 그런데 1955년 탑을 세울 때에 괘불께서 꿈에 나타나 증심사라 개명을 했다고 한다.
대단한 괘불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는데, 과연 높이가 12m나 되고 너비도 6m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괘불이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었다. 감탄을 연발하며 사진을 찍자 옆에서 합장을 하고 있던 할머니 신도 한 분이 '작년에는 날씨가 나빠서 괘불을 반밖에 못 걸었다'고 말씀하신다.
초파일 하루만 걸리는 증심사 초대형 괘불할머니의 말씀은 증심사 괘불이 얼마나 큰지를 잘 나타내주는 명쾌한 증언이다. 괘불이 너무 커, 강풍이 부는 날 걸었다간 당간지주와 함께 넘어져 사람이 다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괘불을 지켜보고 있던 내 마음이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더욱 흐뭇하고 상쾌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뇌리를 시원하게 스쳐가는 이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