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울림야학교 교장대학 4학년때인 1994년부터 이곳에서 자원봉사했던 이수진 씨는 지난해부터 교장을 맡고 있다. 그녀는 정읍이 고향이다.
장남혁
이수진 교장은 "야학교 교사를 하다 보니 가난도, 배움도 대물림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글을 몰라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마다 통장과 도장을 내줬더니 예금을 몽땅 빼갔더라는 할아버지. 79세 할머니는 못 배운 것이 한이 돼 할아버지에게 '나 죽거들랑 관에 연필과 공책을 넣어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단다. 그 할머니가 올해 8월 초등 검정고시시험에 도전한다.
중학교 졸업장이 없어 막노동을 했던 39세 아버지 학생은 이곳에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시험을 합격한 후 대학 건축학과 졸업, 지금은 건축기사로 일하고 있다. 울림야학교 최고의 성공 스토리는 학교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여성이다. 이곳에서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한 그녀는 현재 정읍 소재 공립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여성도 울림야학교에 입학, 검정고시를 차례로 합격한 후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정읍은 지역이 좁아서 한 집 건너면 알아요. 입학 문의하러 왔다가 아는 얼굴을 보고 발길을 돌리기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자원봉사 교사들은 학생들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는 아는 척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에요."'이번만 하자'던 게 벌써 19년째한글과 초중등 검정고시시험을 보려는, 울림야학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담당자가 전라북도 인구 중 중졸 이하 학력이 25%, 정읍은 37%에 달한다고 하더라고요."이수진 교장은 "정확한 수치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고령 인구가 많은 정읍의 현실을 감안할 경우,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정읍시 시민창안대회에 응모해 선정됐다"며 "300만 원을 지원받아 정읍시 칠보면과 입암면 주민을 대상으로 정확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월부터 이 지역에서 찾아가는 야학교를 연다고.
이수진 교장은 "아직도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이 때때로 있다"며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버스가 오면 모조건 뛴다"고 말했다. 19년째 이곳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오래할 줄 몰랐다"며 "'이번만 하자, 이번만 하자' 했던 것이 오늘까지 온 것 같다"고 웃었다. "글을 모르는 이들에게 울림야학교가 마지막 기회인 까닭에 외면할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