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 둘째날인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 신세계백화점 앞 거리유세에서 암 등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과 임플란트 건강보험 추진 등의 공약을 제시하자,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유성호
박근혜정부의 기획재정부가 서민증세를 추진하려다 없던 일로 한 해프닝이 벌어졌다. 3월 26일 <조선일보>는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개편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제도 개선 심의자료'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하였다. 이 보도에 따르면, 그 자료는 건강보험 재정 확충을 위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3개의 세금에 건강세를 부과하고, 건강보험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한 달여 동안, 보건복지부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100% 국가 보장'은 선거용 캠페인이지 약속이 아니었다고 발뺌하다가 시민사회와 야당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서야 '국민행복의료보장추진본부'를 만들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건강세를 신설하고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는 건강보험 제도 개편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확충은 분명히 필요하다. 노인의료비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로 매년 건강보험 진료비가 13% 정도 증가하고 있다. 보험료 부담층은 감소하는 데 비해 이용자는 대폭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가 진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아주는 안전망이 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가 필요하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모두가, 그리고 대선 시기에는 박근혜 후보도 현재 63% 수준인 건강보험 보장성을 선진외국의 평균 수준인 8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건강보험 재정 확대 없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제도를 누리기도 어렵다.
기획재정부의 관심은 의료비 지원 예산 감축뿐그런데 보도 내용을 봐서는 기획재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쓰겠다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기획재정부의 개편안은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 3개 세금에 각각 0.03%씩 건강세를 부가해 연간 3조 원의 재정을 확보하고,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14%를 충당하고 있는 국고지원 비율을 2017년까지 1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즉 건강세를 신설하고 피부양자제도를 폐지하여 마련한 보험재정만큼 현행 국고지원율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어디에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국가적 비전은 찾아볼 수가 없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정부 지원은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로 명시되어 있다. 이중 14%를 국고에서 지원하고 6%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보험료 예상수입액보다 실제 보험료 수입액이 많아진 만큼 발생한 차액을 채워주지 않아왔다. 그러한 국고지원 미지급금이 2011년까지 약 5조4000억 원이나 된다.
이에 보험료 예상 수입액과 실제 수입액의 차액으로 인한 국고지원금의 차액을 정산하고, 보험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을 25%로 올리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민주통합당 김용익 의원 대표 발의, 2012. 10.)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정부의 책임을 회피한 채 오히려 현행보다 축소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뿐 아니라 기획재정부는 빈곤층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의료급여제도를 개편하여 근로능력이 있는 의료급여 2종수급자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맡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차상위계층 의료비 지원을 정부 부담에서 건강보험 부담으로 전가했는데, 또 다시 의료급여 2종 수급자의 진료비 연간 3580여억 원 정도의 정부 부담을 축소하려는 속셈이다. 당연히 정부가 부담해야 할 빈곤층 의료비마저 건강보험으로 떠넘기면서 정부 예산을 절감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고지원 대신 건강세 도입, 형평성 악화시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