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현 화가 작업 모습
김가영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처럼 이 지구에는 별만큼 많은 예술가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그 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별으로 빛나길 원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홀로 고독한 잉걸불 같은 창작혼을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물질주의로 만연한 현실은 산고보다 더 힘들게 탄생한 숱한 작품들이 예술가의 방(혹 창고)에서 먼지를 덮고 잠을 청하는 것이다. 아니, 멀티미이어 콘텐츠(혹 상업 예술) 등에 밀려, 순수예술은 점점 고립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을 간파한 부산의 한 순수예술단체가 홀로 창작혼을 불태우는 예술가를 발굴해 이들을 대중들과 만나게 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나섰다는 소식이 있다. 지난해 가난한 예술가를 위한, 일명 '우리시대의 고흐돕기전'를 열었던 시연아트가 두 번째 창작 수혜자를 선정해 전시회를 앞두고 있다. 이들 단체가 선정한 아티스트는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채현 화가였다.
이채현 화가는 안정적인 교사생활을 접고 그림의 길을 택한 30대 초반의 신예 화가다. 그는 오늘도 홀로 옥탑방에서 달팽이처럼 자신의 '터널 속의 빛'의 세계에의 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그는 강추위 속에서도 물감값을 위해 옥탑방 난방비를 아끼며, 실내의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한기를 이기며 창작에 대한 열정을 접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그는 '터널 속의 빛'이란 그림의 테마를 가일층 심화시켜 전람회를 열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 3일, 밤늦은 시각에 그의 옥탑방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첨탑처럼 높은 옥탑방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불빛들의 향연은 또 하나의 '빛'이 그리는 아름다운 기하학이었다. 그의 작업실은 부산 구서동에 있는 한 건물의 5층 구성을 차지하고 있었다. 인터넷의 한 카페의 회원이라는 인연으로 찾아간 생면부지의 기자에게 그는 아무런 경계심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의 질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감추지 않고 털어놨다.
그는 그가 추구하는 '빛'의 희망처럼 활짝 세상을 향해 열려 있었다. 이런 그는 목이 몹시 마른지 생수통의 물을 통째로 마셔가며 말을 이어갔다.
"낮에는 어머니가 운영하는 김밥가게 일을 돕고, 밤이면 고독한 화가로 겨우 돌아와요. 초읽기처럼 다가오는 '그림 전람회' 때문에 몸보다 마음이 바쁩니다.(웃음)"그의 말을 정리해 보면, 캄캄한 밤이 돼야 비로소 자신만의 시간을 마련하고 손에 붓을 잡고 화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뜻. 이어 그는 "그림은 자신조차 거부 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나즉이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교사'라는 직업을 가졌으나, 주변과 부모님의 극구 만류에도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버렸다. 그는 그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깜깜한 어둠속에서 '빛'을 찾듯이, 물감을 크게 찍은 큰붓을 움켜 쥐고 캠퍼스에 빛의 향연을 수를 놓듯이 그려나갔다. 그는 스스로 선택한 그림 속에서 발견한 '빛'들을 캠퍼스에 담아내는 일이, 이 세상 어떤 일보다 행복하다는 얼굴로 작업에 몰두했다.
두 평 남짓한 좁은 방안을 물감을 흩뿌리며 작업에 몰아되는 그를 지켜보는 기자는, 잠시나마 그의 그림 속에서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봄의 소리를 듣고 있었다.
옥탑방을 떠도는 '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