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전 여야의 정부조직법 협상이 타결된 후 열린 첫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시청자에게는 지상파나 케이블 TV나 IPTV나 그냥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송 그 자체일 뿐이다. 따라서 시청자가 받는 영향은 동일하고, 지상파로부터 IPTV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이 다양하더라도 모두 동일 시장 내의 경쟁자에 불과하다. 방송시장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보면 단일하고, 한 플랫폼에 대한 정책이 다른 플랫폼의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호적인 관계에 있다. 바로 방송시장의 단일성과 상호영향성이다. 방송정책을 분리할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미래부가 주도하는 소위 방송 산업화 논리에 공공성을 담보해야 하는 지상파의 운명이 좌우될 처지에 놓였다. 민주통합당은 보도를 중심으로 공정성을 확보하면 된다는 협소한 시각에 빠진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나마 공정성, 공공성을 위해 차후 논의를 열어 놓은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텐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굴뚝같지만 우려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합의안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안이 4월과 10월경에는 가시화될 것이지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새누리당의 진정성과 민주통합당의 정치력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를 경험한 이상 이 논의 구조가 그리 미덥지 않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태업과 왜곡으로 미발위는 미디어 관련법 날치기 통과로 귀결되었다. 지금 문제의 종편이 탄생한 계기다. 이명박 정부에게 1차적 책임이 있지만 제대로 막지 못한 민주당에게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도 방송 산업화가 가져올 폐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민주통합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SO, 위성 TV 허가·재허가에 대한 방통위의 동의권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아마도 방통위가 잘 알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종편 사업자 선정에 많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왜냐면 방통위가 주도한 심사과정에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주도한 심사에 참여하지 못한 방통위가 심사결과표를 받는다고 제대로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공정한 공영방송, 어떻게 가능할까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이 부담스러워 하고 채널 편성에서 뺐으면 하는 공익채널이 있다. 채널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사업자들이 적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제 수익이 발생하는 채널을 갖고 싶은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이들이 계륵이다. 그런데 이 부분도 미래부 소관으로 넘어 갔다. 이번 합의에서 공공, 공익, 공정을 위해 확실하게 얻은 성과가 무엇일까?
이제 특단의 계기가 없는 한 정부조직법은 절차에 따라 합의대로 진행될 것이다. 부족한 합의안이나마 그것이 실효성이 있으려면 반드시 확보했어야 할 전제조건이 있었다. 방통위의 개혁안이다. 사실 독임제 장관보다 합의제 행정기구가 더 민주적일 잠재가능성이 있어 그렇지 현재 방통위를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를 그대로 수용한다 하더라도 방통위가 합의제 정신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들어야 한다. 국회 중심의 방통위원 선임 방식을 통해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 등을 포함한 주요 결정사항에 대한 방통위의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일방통행을 막아야 한다.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실질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실무 지원 체계를 제공해야 한다. 즉 방통위를 명실상부한 합의제 행정기구로 만들어야 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 결과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미래부가 주관하는 산업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서 플랫폼을 중심으로 방송 사업을 장악할 방송통신 거대 공룡 기업들이다. 이미 종합유선방송의 강자인 CJ 그룹, IPTV의 KT, 방송 플랫폼 시장 진출을 노리는 단말기 사업자 삼성전자 등등이 방송을 장악하면 시장에서 지상파의 공공성은 보호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방송의 질적 향상을 선도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소수의 약자를 위해 최소 품질의 기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취약 방송으로 전락할 위험성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4월 임시국회와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운영 과정에 방통위 개혁, 방통위 동의권의 실질화, 거대 공룡 기업의 플랫폼 시장 장악 저지,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지상파 보호 장치 등과 관련한 제대로 된 논의와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당의 정치력이 발휘될 필요가 있다. 더불어 학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진지한 고민과 대안 제시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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