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회의를 마치고 찍은 IRIS 운영진 단체사진
강태영
- 그럼 활동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나요?"전부 개인 부담이죠. 하지만 생각보다는 크게 돈이 들 만한 일이 없습니다. 잡지 출판도 블로그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고 이번 벙커1 행사도 딴지일보 측에서 무료로 대관해주었습니다. 아직까지는 자금으로 인한 활동의 제약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무작정 달려들고 봐서 그런가… (웃음)"
- 그럼 이번 벙커1에서 개최하는 포럼에 대해 간단히 설명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IRIS 멤버들의 발표와 외부 인사 (이현우, 이진경) 두 분의 강연으로 두 파트로 나뉘어 진행되고요 주제는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입니다. 대선 직후의 시국도 있고, 저희 단체의 활동 이념을 나타낼 수 있는 테마인 것 같아 선정했습니다. 저희는 이번 주제에 대해 원론적인 범위에서 이상 사회를 이야기하기보다는 학생의 차원에서 접근하고자 합니다. 학생이 말하는 다른 세계,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더 나은 미래를 이야기하려 해요. 6명의 멤버들이 학교 폭력 문제, 우리 교육이 만드는 배제의 원리, 경쟁주의적 교육 등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입니다. 물론 외부 강연자 두 분은 저희와는 다른 시선에서 "다른 세계의 요구"와 관련해 이야기하실 계획입니다."
- 이번 벙커1 포럼 이후 계획이나 준비하고 있는 장기 프로젝트는 있나요?"현재로서는
블로그진에 중점을 두고 싶습니다. 멤버들의 글을 계속적으로 게재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도 생각하고, 또 앞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기에는 대입이라는 '현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블로그진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 중에 저희의 주요 담론인 '학생성/다움'을 주제로 단행본을 출판하고자 합니다. 출판사 오월의 봄과 협의 중인데, 구체적인 발행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마 2월 말이면 원고가 마무리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다른 인문학 주제도 많았을 텐데, 왜 '학생성'을 IRIS의 첫 번째 주제로 삼았나요?"저희가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죠. 저희가 생각하는 인문학은 힐링의 도구나 지적 교양을 넘어 '지금 여기'에 대한 삐딱하고 전복적인 사유 자체를 의미하거든요. IRIS에게 '지금 여기'는, 한국 고교생으로서의 현실입니다. 입시만을 바라보며 내신 올리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기 이전에 주체적 입장에서 우리 스스로에 대한 통념을 전복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지금껏 '학생다움'과 '학생성'이라는 개념은 보수 언론과 어른들이 10대들에게 맹목적으로 주입해온 개념이거든요. 이렇게 타자적인 관점이 아니라 내부자적 시점에서 학생들이 말해야 가장 올바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에 논의되던 개념을 전복시키고, 학생들이 말하는 새로운 관점의 사유를 해 나가는 것이 '지금 여기'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보았습니다."
- 지금은 고등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인데, 대학 진학 이후에도 이 모임은 계속되나요?"고등학교 시절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대학 진학 이후에도 이 모임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어요. 후에는 고등학생 뿐 아니라 일반인도 자유로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대학교에 진학한다면 고등학생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사라지기 때문에 학생성이라는 주제와 저희 단체 간의 유의미성 또한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 이후의 주제는 역시 전복적 시선의 연장선상에서 찾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기', '배제된 존재들에 대해 생각하기' 등의 테마를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 이 단체는 스펙 위주에 반(反)하는 단체라고 하셨는데, 사실 지금 하는 모든 활동들이 다 스펙을 포석에 둔 것이 아니냐, 이렇게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스펙을 위해 시작한 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을 '불편하게 하는' 저희 단체가 대입에 큰 이득이 있지는 않을 듯 합니다. (웃음) 만약 대입 스펙을 위해 준비한 단체였다면 다른 여느 친구들처럼 IRIS의 이름으로 각종 대회를 준비했을 거에요. 하지만 오로지 스펙만을 위해 사유하는 인문학은 진정한 인문학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있는 친구들은 그냥 인문학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모인 친구들이에요. 준비하고 있는 포럼, 블로그진, 모두 좋아서 하는 것들입니다. 지금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들이 나중에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스펙'으로 범주화 될지는 모르겠습니만.. 오로지 사적 성공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든 스펙보다는 좋아서 하다 보니 생긴 '인생의 스펙'이 더 좋지 않을까요?"
- 이제 한 달 있으면 고3입니다. 대입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대는 없나요?"처음에는 집에서도 흥미롭게 생각해주셨는데, IRIS 친구들과 활동을 하다 보니 어느새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일이 생각지도 못했던 만큼 커져있더라고요. 요새는 시선이 썩 곱지 않으십니다. 뭐, 제도권 하에서 '딴짓거리'하는데 필요한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혹자는 이들의 활동을 세상 물정 모르는 고등학생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19혁명이 고등학생들이 주도했던 혁명이었듯, 고등학생 역시 충분히 사회의 일원으로서 충분히 생각하고 발언할 능력이 된다. 우리는 지금껏 고등학생들을 지나치게 '애 취급' 하면서, 오로지 입시라는 틀에 가둬 놓고 고등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딱 대학 입시까지만 제한시켜 버린 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대학 입시를 코앞에 두고도 인문학에 대해 치열하게 사유하고, 스스로 자신들의 생각을 펴기 위해 포럼을 개최하는 이들의 유쾌한 도전을 응원한다. '더 나은 세계를 요구한다' 포럼은 2월 16일 종로구 혜화동 벙커1 카페에서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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