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워> 포스터
CJ E&M
[기사 수정 : 25일 오전 10시 10분]
영화 <타워>를 봤다. 영화를 본 지 좀 지난 상태에서 영화평을 쓰려니 조금은 난감하기도 하다. 22일 현재 <타워>는 관객 500만을 넘긴 만큼 지금 이야기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보게 된 사연이 있다. <타워>는 사실 남편과 아들과 함께 온 가족이 본 첫 영화다. 이상하게도 우리 가족은 영화관에 다 함께 간 적이 지금껏 한 번도 없다. 아이들 아빠가 <타워>에 나오는 강영기(설경구 분)처럼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본 첫 영화 늘 어둡고 컴컴한 곳에서 일하는 남편의 직업 때문일까? 남편과 함께 살면서 난 그가 영화관같은 어두운 곳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고, 나 역시 특별히 남편에게 영화관에 가자고 조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우리 가족은 늘 밝고 공기가 맑은 곳을 찾아다녔다. 산이나 물이 있는 곳을 그래도 자주 가려고 했던 이유는 행여 전날 당직근무를 하면서 숨막히는 화재현장 속에서 필사의 사투를 벌이고 돌아온 남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불이 꺼지고 2시간 가까이 어두운 곳에서 꼼짝없이 앉아 있어야 하는 극장은 남편이 지친 업무를 마치고 피로를 풀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 탓에 늘 마음과 몸을 맑게 해줄 환한 햇살과 바람이 있는 곳을 선택했던 것 같다.
그래도 처음으로 함께 가족과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설렘 때문인지, 기분좋게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 남편과 내가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난 영화였던 <해운대>에서 봤던 스케일보다 훨씬 커진 압도적인 영상에 눈이 휘둥그레지다가도 직업정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남편과 나는 열심히 타워를 무너뜨린 화재 원인 찾기에만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릴적 본 영화 <타워링>에서의 화재원인이 설계와는 달리 값싼 전기배선을 사용해서 비롯된 전기과열로 시작된 것이었다면, 영화 <타워>는 강풍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소방헬기를 띄워 소방헬기가 건물에 부딪히면서 생긴 화재였다. 설상가상으로 스프링클러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까지 했다. 소방가족이기 때문에 그런지 화재원인에 유달리 눈에 띄었다.
화면을 압도하는 생생한 화재현장과 화려한 CG장면을 보면서 우리 영화가 참 많이 발전했구나라고 한편으로 느끼면서도, 영화관에 있던 사람들이 숨죽일 정도로 몰입하게 한 화재장면이 계속될수록 남편에게 영화를 괜히 보러 오자고 했구나라는 후회가 밀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