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터약수터 부근 수원천발원지광교산 절터약수터 부근에는 수원천의 시작점, 수원천발원지가 있다
서정일
지역민이 으뜸으로 꼽는 수원천... 시작점은 어딜까? 최근 수원시는 수원천 발원지 찾기를 시작했다. 3년 전 민간에서 시작된 활동을 행정에서 검토한 후 시민단체인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에 위탁해 지난 10월부터 전문가, 시민 등이 함께 참여해 진행하고 있다.
물이 '생명의 탄생'과 그 생명이 모여 살면서 문화를 이룬 '문화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볼 때 수원 지역의 역사와 문화 현장을 모두 감싸고 있는 수원천은 수원지역의 탄생과 수원 문화의 탄생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소중한 자산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역의 뿌리와 시작점을 찾는 수원천발원지 찾기는 현재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지난 11월 13일, 전문가 시민 등 30여 명이 모여 최종 결론을 위한 회의를 열었고 앞서 1개월간 2차에 걸쳐 전문가, 시민 합동탐사도 모두 마쳤다.
수원천 발원지 찾기를 위해 모인 이들이 지난 4개월여의 노력 끝에 내린 잠정 결론은, 수원천 발원지를 통신대헬기장 부근을 가칭 '자연적 발원지'로, 절터약수터 부근을 가칭 '문화적 발원지'로 두 곳 모두를 정하자는 데 모아지고 있다.
먼저 통신대헬기장 부근은 하천 최장거리에 가깝고 민간에서 처음 찾아 나섰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을 인정해 '생명의 태동지'로, 절터약수터 부근 물이 솟는 지점은 3단의 기단 등이 남아있는 절터라는 역사적 장소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입에 많이 오르내린다는 점을 인정해 '문화의 태동지'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물의 두 가지 속성인 '생명의 탄생'과 '문화의 탄생'이라는 관점에서 최장거리에 가까운 통신대헬기장을 '생명의 탄생'으로, 역사적 장소인 절터약수터 부근을 '문화의 탄생'으로 하는 두 개의 발원지를 갖자는 의견이 중론이다.
절터약수터 부근, 무엇이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가?그런데 사실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쪽은 절터약수터 부근이다. '생명의 탄생'으로 보는 통신대헬기장 부근이 황량한 데 반해 '문화의 탄생'으로 보는 절터약수터는 화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절터에 내려오는 두 개의 전설은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절터는 미학사(미약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이 절은 비구니들이 모여 수행하던 사찰인데 어느 날 한 비구니가 아이를 잉태하게 됐다. 낮잠을 자고 있는데 꿈에 학이 나타나 아이를 점지해줬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전설은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한 나그네가 길을 잃고 사찰을 찾았는데 그 사찰에는 쌀이 부족해 스님들조차 끼니를 제대로 잇기 어려웠지만 남은 쌀을 모아 밥을 지어줬다고 한다. 눈이 그치자 나그네는 홀연 떠났고 스님들은 굶을 수밖에 없었는데 하늘에서 쌀자루가 떨어져 보니 학이 쌀을 물어다 주고 있었다. 학이 나그네로 변했다가 다시 학으로 변해 보은했다는 얘기다.
이런 전설 때문에 미학사는 아름다울 미 자를 쓰는 '美鶴'으로 불리기도 하고 쌀 미 자를 써서 '米鶴'이라고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전설 모두 학(鶴)이 등장하는데 학은 우리네 삶과 친숙한 존재로 장수를 의미하기도 하고 격이 높은 선비를 비유하기도 하며 또 입신출세하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길상이다.
미학사는 이런 길상의 의미인 학(鶴)과 더불어 아이를 임신했다거나 쌀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등 다산, 풍요, 번창의 의미도 담고 있어 상서로운 길지(吉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곳의 정기를 받고 솟아오른 물이 수원천을 이루고 수원의 중심지를 흐르며 대지를 적신다는 것은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