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로 단식 14일을 맞은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최지용
지난 8일에는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으로 희망퇴직을 당한 노동자가 숨졌다. 스물세 번째 희생자다. 그의 장례식 날 쌍용자동차 김정우 지부장은 곡기를 끊었다. 벌써 14일째(23일 기준) 단식이다. 쌍용자동차 고동민 선전부장은 김정우 지부장의 단식을 바라보며 다음과 같은 글을 언론에 기고했다.
'밥 먹고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세상, 이명박 정부 기간 발생한 정리해고자 10만 명 중 소리 없는 죽음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본다. 그 소리 없는 죽음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들의 죽음과 다른 것일까? 이 땅에서 해고 없는 세상을 염원하는 모두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참 밥 먹고 살기 힘들다.'참으로 웃기고, 어이없고, 기가 막히는 일이 2012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밥을 위해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탑에 목숨을 내맡겨야 하는 지독한 현실, 밥을 위해 밥을 굶어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참 밥 먹고 살기 힘들다.'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대한문으로 오라더 기막힌 소식이 있다. 26일 늦은 4시 대한문 앞에서 '희망 밥 콘서트'가 열린다. 김정우 지부장의 단식 농성장 앞이다. '밥을 구하다 밥이 되어버린 우리 삶에 희망을' 위해 '밥 한번 먹자!'는 콘서트다. '밥을 구하러 거리로 나섰던 노동자들이 누군가의 밥이 되어 거리로 내몰리고 이중 삼중의 중간착취에 신음하는 현실' 앞에 희망의 밥을 노래하자는 거다.
날이 춥다.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 때다. 따뜻하고 배불러서 희망이 아니다. 춥고 배고픔을 함께 할 벗이 있어 희망이다. 아름다운 세상도 마찬가지다. 아픈 이들이 없는 세상이 아름다운 게 아니다.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 넘쳐날 때, 아름답다, 참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이다. 패배나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존재하는 거다. 무수한 패배를 딛고 일어설 때 희망을 얻을 수 있다. 함께 모여 숱한 절망을 깨는 몸짓이 바로 희망이다. 그 길에 따뜻한 밥, 희망의 밥이 있다.
밥 먹고 살기 힘든 세상, 대한문 앞에서 밥 한 번 함께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