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총학생회 사무실의 모습
이혜진
대학생들이 총학생회장 선거에 투표하지 않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J대학의 권구목(22)씨는 "어느 순간부터 총학생회가 일반학생들의 복지향상 보단 행사중심으로 운영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대표가 되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 다니고 있는 이치훈(24)씨 역시 "총학생회가 꾸려져도 그 이후에 공약이 이행되었는지에 대해 확인할 수가 없어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몇몇 대학의 캠퍼스를 찾아 대학생 1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생들은 대체적으로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어 총학생회장 선거에 불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는 이유로는 '공약에 대한 공감 부족'이 가장 많았고 학생회의 업무가 행사 위주로 변질된 점, 재학생과의 소통 부족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 부족 이외에도 기성 정치판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는 점도 투표율 저조의 원인으로 꼽혔다. 후보들 간의 공약 대결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과 폭로로 얼룩진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J대학교의 경우 지난 11월, 총학생회 선거에서 4개의 선거운동본부(선본)가 선거운동을 벌였는데 이중 한 선본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3차례 경고를 받아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 해당 선본이 경고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총학생회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글을 담은 선전물을 재학생들에게 나눠준 것 때문이었다. 이와 유사하게
N대학교에서도 개표 직전 한 선본이 상대 후보에 대한 근거없는 비방 등으로 후보 자격을 상실한 일이 발생했다. Q대학교에서는 개표 당시 한 후보의 선본대표참관인이 투표용지를 지참하고 있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학생 김소라(가명, 21)씨는 "기성 정치판처럼 상대 후보를 강하게 비방하는 모습을 보며 반감을 느낀다"며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기성정치판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 작은 정치판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후보자와 선거운동원들이 네거티브 선거운동이 아닌 매니페스토 운동을 통해 공정한 선거를 펼치고 재학생들과의 소통을 회복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비슷한 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이혜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2012 시민기자 총선특별취재팀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서울시내 8개 대학 '누가 총학생회장 좀 해줘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