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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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은 지난해 9월 방송에서 '애인 있는 여자가 만나도 되는 이성친구'의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종교 오빠'는 무조건 종교 장소에서만 볼 것. 둘째, '엄마 친구 아들'은 부모님 입회하에서만 만날 것.
하지만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 만나선 안 되는 '극악한 인물'이 있단다. 바로 '외국에서 살다 온 동창'이다. 애정남은 "외국 살다 온 친구는 사고방식이 위험하다. 만나면 허그(포옹)부터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우스개 속에 '돌아온 유학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묻어난다.
국내에 돌아온 유학생과 한인 이민자를 칭하는 '해외파'에 대해 다른 젊은이들은 어떤 선입관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대와 30대 15명을 간략히 인터뷰했다. 그들이 해외파 친구들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지배적인 의견은 '부모를 잘 만난 운 좋은 케이스(67%)'였고, '외국문화와 언어에 대한 자신감에서 오는 우월의식이 강하다(20%)',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7%)', 그리고 '자기 주장을 개성 있게 드러낸다(7%)' 등이었다.
대학생 하재영(20·여·경기도 일산)씨는 외국어고등학교에 다닐 때 해외파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지만 은근히 억울한 느낌이 있었다고 털어 놓았다.
"외국에서 살다 오면 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거 가지고 너무 우려먹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영어가 워낙 중요하니까 어드밴티지(이익)를 먹고 들어가는 거죠. 걔들 보면서 나랑 급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어요.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했고요."대학원생 구슬이(25·여·인천시)씨는 외국계 물류회사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스페인 유학생 출신 정규직 사원과 일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폭 넓은 해외 경험과 뛰어난 언어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입사했던 그 사원은 막상 조직 내에서 융화를 강조하는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다가 퇴사했다고 한다.
"일에 대한 성과를 가장 중시하는 서구와 달리 조직의 융화를 강조하는 한국 기업 문화에, 스페인에서 자란 그 사원은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다른 귀국 유학생들에게서도 그런 서구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엿볼 수 있었어요." 해외파가 다 부유층·특권층은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