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너 그런 식으로 하면 정규직 전환 안 된다."
장미소(25∙여∙가명)씨가 지난해 4월부터 6개월간 한 외국계 홍보대행사의 인턴(수습직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듣기 싫었던 말이다. 장씨가 헤드헌터의 소개를 통해 일하게 된 회사는 장씨를 포함한 10명의 인턴에게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주었다. 일을 배우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참을 수 있었지만 툭 하면 '정규직 전환'을 내세워 위협하는 상사의 언행은 견디기 괴로웠다.
"뭐 어차피 정규직 전환 안 시키면 되니까.""더 열심히 하면 (정규직 전환) 고려해 볼게."정규직 되기 위해 잦은 야근도 묵묵히... "인턴 3개월 더 해야겠는데"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좋은 직장을 잡느냐 놓치느냐의 기로에 놓인 장씨와 다른 인턴들은 필사적으로 일에 매달렸다. 고객 기업들을 홍보하고, 보도자료를 준비하는 등의 업무를 근무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는 것은 물론 오후 11시까지 이어지는 잦은 야근도 군말 없이 해냈다.
하지만 당초 3개월로 약속됐던 인턴기간이 끝날 무렵 회사는 3개월을 더 연장한다고 통보했다. 장씨가 일하던 도중 사장이 바뀌면서 회사의 인턴제도가 6개월 과정인 정부 주도의 '청년인턴제'로 대체됐다는 것이다. 3개월의 고된 생활을 마치고 이제 드디어 정규직이 되나 보다 했던 장씨는 힘이 빠졌지만 다른 도리가 없어 3개월을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막상 6개월이 되자 인턴 10명 중 장씨와 동료 1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6개월 동안 야근을 마다 않고 악착 같이 함께 일했던 8명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장씨도 결국엔 회사를 그만뒀다. 6개월간 겪은 일들이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았고 회사의 처사에 많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장씨는 현재 다른 기업에서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8명 중 1명만 정규직 채용 후 또 '인턴 모집 공고'이연희(25∙여∙가명)씨는 지난해 9월 한 기업의 최종면접을 앞두고 있었지만 '2개월 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출판사를 선택하기로 마음 먹었다. 출판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 출근 날 8명의 인턴이 모인 자리에서 상사는 예상치 못했던 말을 했다.
"이 중 몇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될지 모릅니다. 아무도 안 될 수도 있고, 잘 하면 다 될 수도 있어요."면접 때는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별 사고 없이 두 달의 인턴을 거치면 당연히 정규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왔기 때문이다. 다른 인턴들도 당황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