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북역에서 찍은 경전선의 모습입니다. 기차는 경남을 넘어 전남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노윤혁
원북역의 볼거리는 사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곳 일대에는 조선시대 생육신 중 한 분이셨던 어계 조려 선생의 발자취가 곳곳에 남겨져 있습니다. 성균관 진사로서 사림 사이에 명망이 높았던 조려 선생은 1455년 세조가 왕위를 찬탈하자 자신의 고향인 함안, 현재의 원북마을 부근으로 낙향합니다.
이후 여생을 낚시질로 보냈기에 스스로를 어계라 칭하였지요. 그런 선생의 모습을 주변사람들은 주나라 사람 백이와 숙제에 비유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서산 동쪽을 백이산, 동쪽을 숙제봉이라 칭했고, 이후 후손들이 선생의 충절을 기리기 위해 만든 정자의 이름 또한 채미정(採薇亭)이었습니다. 백이와 숙제 주나라 무왕에 반대하여 수양산에서 고사리를 캐어 먹었다[採薇]는 고사에서 연유한 것이지요.
이처럼 현재와 과거, 그리고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원북역은 사실 경전선 철도 계획에는 없던 역이었습니다. 지금은 이차선 도로가 뚫리고 군내버스도 마을을 지나가는 곳이지만 80년대까지만 해도 원북마을을 연결하는 대중교통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주민들의 요청으로 원북역이 만들어졌고 지난 30여년동안 원북마을과 외부의 유일한 교통로로서의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제 경전선 복선화 작업이 마무리되는 내년이면 원북역도 그 소임을 마무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