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댕강 ▲ 화단 앞은 영산홍, 뒤는 꽃댕강으로 수목을 다듬고 있다
임종만
"○○○이라고? '의원님'이라고 해야지!" 전화기를 받아든 과장은 쩔쩔매고 있었다. 수화기 저쪽에서 전화한 목적과는 상관없이 "뭐 임 계장 이 사람, ○○○, ○○○이라고?" 하면서, '의원님'이란 호칭을 붙이지 않은 것을 두고 호통을 쳤다. 수화기를 막지 않고 전화기를 건네면서 했던 말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옆에 앉아 계시던 국장이 상황판단을 하고 "차 돌려라. 지금 바로 간다고 하이소" 하고는 현장 일을 접고 동사무소 회의실로 갔다. 이러한 민원이 있음을 국장은 처음 알았다. 모처럼 모시고 나온 국장님께 누를 끼치지 않겠다고 한 일 때문에 오히려 일이 꼬여 버렸다.
간담회장 입구에서 국장과 과장은 방방 뜨고 있는 그 시의원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는 간담회장에 "과장만 들어오셔요" 하고 잡아끌 듯 과장을 데리고 들어갔다. 30여 분 지나서야 문이 열렸는데 모두들 표정들이 밝았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차로 이동하면서 "어찌됐습니까?" 하고 물었다. 과장은 보도화단 수벽을 좀 낮추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더 낮은 영산홍으로 싹 교체하거나 이도 맘에 안들면 보도정비공사를 할 때 화단 폭을 줄이는 것도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하였다는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였다. 내 말실수로 책잡힌 상황에서 과다한 요구가 있었을 것이고 이를 무마하는 과정에서 밀렸을 것이란 예상이다. 차후 공사 시 민원 제기한 상가 사장의 의견을 들어서 하라는 단서도 붙었다.
며칠이 지난 후 그 상가를 찿아갔다. 종업원들만 있었고, 화단 때문에 시청에서 나왔다고 했다. 10여 분지나 사장이 도착하였다. "어떻게 해드리면 좋겠습니까?" 물었더니 사장은 "이거 없애면 안 됩니까?" 하길래 저는 웃으며 "그럴 수는 없지요" 하고 답했다.
상가 사장은 화단을 없애라고 압박하고 사장은 없앨 수 없다면 화단 폭을 반으로 줄이고 상가 입구 쪽 1미터 가량이라도 없애달라고 했다.
안 된다고 했다. 대신 현 상태에서 철재 펜스를 없애고 화단 높이를 최대한 낮추어 보기 좋게 만들어드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사장은 "왜 자꾸 말이 틀립니까?" 하며 역정을 냈다. 그러면서 화단 뒷편 높은 꽃대강을 뽑고 낮은 영산홍을 화단 전체에 심어달라고 했다.
택시를 잡는다든지 차에서 짐을 내린다든지 할 때 화단의 수목을 밟고 드나들 수 있으므로, 낮은 영산홍만 심었을 때는 화단 둘레로 보기 싫은 철제 펜스를 다시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듣고 있던 사장은 "그럼 알았어요" 하며 "저쪽 가게에 가서도 의논을 한번 해보세요" 하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가게에는 사장이 없어 만나지 못하고 그 현장을 빠져나왔다.
이때부터 일은 커지고 꼬이기 시작하였다.
얼마 안 있어 과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나갈 테니 현장에 있으소" 한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가 하고 물었더니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과장님, 무슨 말을 들었는지 모르지만 저는 충분히 설득하고 말씀드렸습니다. 꼭 나오시려면 누구도 만나지 말고 현장만 보고 제가 있는 곳으로 오십시오" 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