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교수가 고길천 화백과 함께 '해군기지 백지화' 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은정
2011년 9월 16일 오후 3시 10분(현지시각),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MIT의 스타타 센터(Stata Center)에 위치한 노엄 촘스키 교수의 사무실 밖 복도는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후 2시 45분에 촘스키 교수와 약속이 잡혀 있다는 벤자민이라는 청년은 예술가 노조운동에 관여하고 있는데 촘스키 교수를 만나기 위해 멀리 플로리다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나의 약속 시간은 오후 3시 15분, 고길천 화백과 매튜 호이는 3시 30분, 굉장히 빠듯한 스케줄이다. 잠시 후, 오후 4시 15분에 약속이 잡혀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현장에 도착해 장비 설치를 시작하자 복도는 온갖 장비박스들까지 뒤섞여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약속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굳게 닫힌 사무실 문은 도통 열릴 기미가 없다.
오후 4시, 드디어 사무실 문이 열렸다. 촘스키 교수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베브가 벤자민에게 10분 안에 인터뷰를 끝내라고 재촉하는 게 들렸다. 낭패다. 이날 나의 인터뷰는 최근 쓰고 있는 책 <베리타스, 하버드의 감춰진 역사(가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과 강정마을에 보내는 간단한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미션을 모두 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약 15분이 지나고 벤자민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10분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책에 대한 자문은 포기하고, 강정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인터뷰를 해치우고, 이어 고길천 화백과 매튜가 동반한 만남이 이어졌다.
촘스키 교수는 먼저 최근 <뉴욕타임스>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과 관련한 기사가 실린 것에 관심을 표명했다. 사실 <뉴욕타임스>는 촘스키 교수와 같은 진보학자들의 글이나 인터뷰는 거의 싣지 않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매튜가 노트북에 담아온 다양한 강정마을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현장 상황을 설명하자 촘스키 교수는 주의 깊게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촘스키 "강동균씨 구속 안타깝다, 꼭 답장 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