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3일 오후 정부청사 뒤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자은 한대련 의장(왼쪽)이 정부 여당의 등록금 대책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홍현진
올 상반기 등록금 투쟁을 위해 발 벗고 뛴 대학생이 어디 한둘이겠냐만은, 매일 같이 열리는 집회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는 것은 물론, 연행과 삭발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내던진(?) 여대생이 있다. 오죽하면 별명이 '강철 여대생', '잔 다르크 대학생'이겠는가. 그 주인공은 바로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박자은 의장(23,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이다.
나는 우리 학교 총학생회 집행부를 하고 있어서 오다 가다 박자은 의장과 마주치는 일은 잦았지만, 그때마다 나와는 다른 '특별한' 대학생이라는 생각이 많았다. 반값등록금 집회뿐 아니라 각종 사회적 이슈의 현장에서만 주로 만나는 박자은 의장을 보면서 정말 '강철 여대생'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던 5월, 개인적으로 이 강철 여대생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광주민중항쟁을 기념하여 광주에 내려갔는데, 거기서 박자은 의장과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생겼다. "아직 총학에서 안 짤렸네요?"라고 던진 장난스런 한마디에 '이 언니도 주변에 있는 선배들과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박자은 의장이 내게 그런 농담을 한 것은, 내가 지난 5월 1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대학생 대표 삭발식에서 우리 학교 총학생회장의 머리를 밀었기 때문이다. 그때 나는 엄청난 미용 실력(?)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날 이후 대학생들의 결의에 찬 삭발식 자리를 망친 것 같은 자책감에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박자은 의장이 그날 일을 기억하고 장난 섞인 말로 인사를 건넨 것이다.
이렇게 '언니' 같은 박자은 의장의 모습이 궁금했다. 한대련 의장으로서의 '빡센' 모습뿐만 아니라, 박자은이라는 여대생으로서의 솔직한 모습. 2학기 개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8월 26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카페에서 박자은 의장을 만났다.
"반값등록금 투쟁은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지난 한 학기, 그리고 방학 동안의 반값등록금 투쟁을 한마디로 정리해달라.
"기적이었다. 지난 한 학기, 반값등록금 운동은 한마디로 기적이었다. 이전까지의 한국 대학생들은 스펙, 학업, 취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때문에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지 않는 이기적인 대학생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난 촛불을 만드는 과정부터 그것을 유지하고 이어 나가는 데에 대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대학생들이 거리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학업 등을 내려놓고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싸웠다. 최근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학생들의 모습에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서 지난 한 학기 기적과 같은 일들이 있었다. 이는 어느 사람 하나가 잘나서가 아니라 헌신과 연대 등의 복합적 요인들로 이루어진 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