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전경폐석더미 위에서 내려다 본 전경이다. 오른쪽 끝이 사북시내고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다.
이용규
한두 번의 여행으로 삶의 문제가 치유될 수 있다면 이 또한 속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부단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삶의 공간 또한 변화시켜야 합니다. 시공간이 모두 바뀌어야 하는 것입니다. 30~40년 동안 익혀왔던 삶의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나 혼자가 아닌 다양한 페르조나(persona)를 갖고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기에 삶의 방향을 전환하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때 잠시나마 삶의 원형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강원남부 4개 시군(영월, 정선, 태백, 삼척)에는 여전히 폐광의 흔적, 원형이 남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산업혁명의 요람이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유럽의 산업혁명은 기억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한 때 360여 개의 광업소, 7만여 명의 광부가 땅속에서 이른바 '검은 다이아몬드'를 캐던 곳이었습니다. "지나다니는 개가 만 원짜리를 입에 물고 다닌다"느니 "광업소 직원이라면 셋째 첩으로라도 딸을 준다"느니 하는 말이 모두 이곳에서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특히 사북에 위치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산업시설로써 그 원형이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뿐만 아니라 산업유산과 생활사 유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 유지하고 있어 그 장소성과 진정성이 살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지키고 운영하는 사람들도 모두 전직광부들이며 이들의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가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광산의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조작도 전시계획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의 모습을 보기 원한다면 이곳을 방문해야 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이곳에는 마네킹도 없고, 그 흔한 LED도 없습니다. 디오라마도 없고, 터치 스크린도 없습니다. 시공테크적(?)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당시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 있는 광부들과 그들의 삶터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도 이러한 날 것이 그 어떤 화려한 치장 보다도 가슴에 더 와닿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올 여름 시간을 되돌리는 여행,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심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정선군 사북읍에서는 올 여름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제17회 사북석탄문화제를 개최합니다. 삶의 애환, 희망의 빛이라는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사북석탄문화제에 많은 참여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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