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미
한국 사회는 갈 때까지 갔다. 언론이 죽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등 언론다운 언론이 되려고 노력하는 언론사는 경제적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온갖 불법과 탈법으로 신문시장을 초토화한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언론 본연의 임무를 내팽개친 채 종합편성채널이라는 새로운 생존 무기와 사익추구에 목을 매고 있다. 염치고 체면이고 없다. 특유의 뻔뻔함도 여전하다.
언론을 제4부(The fourth estate)라고 할 때에는 언론이 정치권력과 강자들을 비판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리라. 이제 <조선> <동아> <중앙> 등 족벌신문사들을 더 이상 언론으로 부르기 어렵다. 정치권력과 재벌 등에 대한 비판을 포기하고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간혹 비치는 그들의 정치권력 비판은 '눈가리고 아웅'식이다.
<조선> <동아> <중앙> 등은 종합편성채널이라는 방송에 진출하기 전에 이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권력이 되어 있었다. 무려 1071개의 가명차명계좌를 만들어 탈세해 실형을 선고받았던 홍석현 <중앙> 회장을 사면복권시켜준 사람은 다름 아닌 김대중 대통령이었다.
역시 탈세로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된 <조선> 방상훈 사장 등을 사면복권시켜 준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정치권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족벌사주들은 대대손손 세습한다. 그러니 정치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도 족벌신문사와 사주들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권력이다. 권력 위의 권력이고, 누구의 견제도 두려워하지 않는 권력이다. 한나라당과 MB정권은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다. 족벌신문들에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해준 것이다. 이제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조중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영업정지를 당해 청산위기에 빠진 부산상호저축은행을 비롯한 저축은행들이 '조중동의 밥'이 되어 종합편성채널사업에 투자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대통령도 두려워하는 판에 저축은행들이 어떻게 그들의 투자요청을 거절하겠는가!
족벌언론 사주들의 무소불위의 배경 : 혼맥조중동의 무소불위한 힘의 원천과 배경은 무엇인가? 바로 권력(power)과 영향력(influence)을 독점한 네트워크(network)다.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세력은 실질적으로 교체된 적이 없다. 지연과 학연은 제쳐두고 그들은 혈연, 즉 혼맥으로 똘똘 뭉쳐있다.
어떤 사회가 덜 사악한 사회가 되려면, 두 가지 중요한 가치와 수단에서 독점이 허용돼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치권력(political power)은 3권분립을 통해 견제와 균형을 추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영향력(influence)의 3권분립'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헌법상으로는 3권분립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입법, 사법, 행정에 종사하는 고위층들, 즉 상당수 국회의원, 대통령, 장관, 고위관료, 검사, 판사, 변호사 등이 혼맥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다. 위험수준을 넘어섰다.
영향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일반적으로 돈(money), 권력, 명예(권위) 등에서 나온다. 돈을 가진 재벌, 정치권력을 쥐고 있는 정치인과 국회의원들, 명예를 먹고 사는 사학재단 등을 운영하는 자들이 한통속이다. 글자 그대로 '또 하나의 가족'이 돈, 권력, 명예 등 모든 것들을 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무소불위의 권력이 가세한다. 족벌언론 권력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족벌사주들이 이 무시무시한 혼맥의 중심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무시무시한 홍석현의 혼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