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짜증나MB 정부에 의해 2008년 도입된 일제고사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짜증나'
배희철
이부영 교사는 2월 23일 곽노현 교육감과 대면하여 "진단평가를 실시하면 누구나 다 진단할 수 있다는 오만"에 대해 직언하였다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 혁신학교 업무에 협조해 온 김해경 교사는 "인권위 출신 교육감이 유엔(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 위원회: 이하 사회권 위원회)의 권고 내용에 미달한 조치를 취했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유엔 사회권 위원회는 2009년 11월 "한국 정부에 일제고사(Iljegosa)를 학교 간 불필요한 경쟁만을 유발하고,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접근 기회를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재고를 권고하였다(
세계적 쪽팔림 'Iljegosa')."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출신이기에 'MB 표 일제고사'는 손도 못 대고 겨우, '공정택 표 일제고사' 정도만 청산한 것에 실망한 것 같다. 일제고사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들은 이미 여러 차례 오마이 뉴스에 실렸다. 예를 들면,
사법부, 시도교육감은 일제고사 실시권 없다?와
일제고사 치러 직권남용 3개 교육청 재항고한다는 기사가 있다.
학부모, 학생의 선택권은 배제(부족한 1%)28일자 공문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교사들의 선택권을 부여했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을 언급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문제가 되었던 '대체 수업'에 대한 안내가 빠져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하신 분의 인권 감수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비고츠키(2011, 생각과 말)는 "평가는 평가를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평가를 하는 사람도 평가한다."고 했다. 이번 진단 평가 시행에 대한 계획 수립과 행정 집행 과정에서 보여준 곽노현 교육감의 일처리는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교육감이라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인권위 정책 자문위원이기도 한 기자의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어렵다.
작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과 달리 교사들에게 선택권을 주었기에 '공정택 표 일제고사'가 아니기는 하지만, '곽노현 표 일제고사'라는 조롱을 받기에 충분하다. 교육을 담당한 행정의 장이 학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큰 문제이다. 또한 주민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감이 벌써 학부모를 시야에서 놓쳤다는 것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서울에서 일제고사로 해직된 전교조 조합원들이 거주하던 지역들에서 보여준 진보교육감에 대한 높은 지지가 없었다면 곽노현 교육감이 낙선했을 것이라는 선거 분석도 하지 않은 듯하다.
곽노현 교육감은 진보 교육의 대표라는 자세를 견지하며, 교육행정을 집행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를 고려하면서 집행해야 한다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제고사 실시 근거의 위법성(부족한 1%)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법학 교수를 한 분이 자신이 결제한 공문의 법조항 하나 제대로 해석하지 못한다면 지나가던 개도 웃을 것이다. 공문에 담긴 법조항에 근거하여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하면, 그건 행정적으로 강제성을 가지게 되는 직무명령이 될 1차적 조건을 구비하게 된다.
서울시 교육청이 시행한 공문에는 두 가지 법 조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나는 초중등교육법 제7조(장학지도)이고, 다른 하나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교육과정)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법학 교수를 하셨던 분에게 세세하게 법 해석을 한다는 것은 공자 앞에서 문자 쓰는 꼴이 될 터이니, 독자를 위해 기사 말미에 참고 자료로 관련 내용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하겠다.
2010년
충북교육청, 일제고사 실시 근거를 말하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갔었다. 2011년 충북 교육청 진단평가 공문에는 실시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이 언급되지 않았다(첨부문건참고). 충북 교육청감이 교육청 주관 일제고사와 관련하여 직권남용죄 등으로 형사고발 당하고 확실하게 배운 듯하다. 일제고사 전국 1등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못했지만, 형식적으로는 법에 저촉되지 않을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공문 내용의 행간을 음미하면 강제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시도교육감 주관 일제고사를 실시하였다고 직권남용죄로 형사고발 당한 강원과 충북 교육청은 시행 공문을 교육국장 전결로 처리하여 교육감이 책임을 모면할 구석이 있었다. 과연 서울시 교육청도 그렇게 업무를 추진했는지 궁금하다.
작년에도 인천 교육청 같은 경우에는 "진단평가 시행일(3.9) 이후에 실시하는 학교의 경우 학교 자체로 진단평가문항을 개발하여 철저한 보안 속에서 공정하게 실시"하라고 했다. 이렇듯, 내막을 잘 알고 있는 교육청은, MB 경쟁교육이 한창이던 시기에도 학교 자체적으로 알아서 실시하라고 하였다. 2011년 진보 교육감은 최소한 앞서 간 2010년 보수교육감이 했던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교사가 바보처럼 일제고사로 학생을 진단하지 않는 이유학생인권 보호차원에서 교육감은 절대 볼 수 없지만, 교사는 진단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 제25조(학교생활기록)에 의해 교사는 담임교사로 혹은 교과 담당 교사로 업무 분장이 되면, 담당할 학생의 모든 교육활동에 대한 지난 기록을 다 살펴볼 권한을 가지게 된다. 학업성취도와 인성을 평가한 내용, 구체적으로 교과학습 발달 사항, 병력 등의 모든 세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이것이 전국적으로 수합되면 몇 십 조의 가치가 있다는 고급 정보다.
이렇듯 교사는 학생을 진단하는 데 필요한 고급 정보를 볼 수 있도록 법률로 허용되어 있다. 물론 그 대가로 의사처럼 업무상 비밀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이를 어겼을 때는 국가공무원법 비밀 엄수의 조항 위반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 교사들은 퇴직 후에도 학생에 대한 정보를 누설할 수 없다. 이게 교사들이 똑 소리 나게 학생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두루뭉술하게 언급해야하는 속사정이다.
학생과 새 학기 교육활동을 정상적으로 시작하면, 그게 진단활동이고, 수업활동이고, 평가활동이다. 서로 감정적으로 교류하고, 대화를 하면서 수업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열람한 학생의 과거 주요 자료가 생생하게 현재적 의미를 갖게 되고, 기록된 내용과 수업 중에 관찰한 내용이 동떨어지면, 기록한 교사에게 자세하게 물어본다. 이렇기에 핀란드에서는 교사들이 티타임 갖는 것을 자율장학처럼 권장한다. 학교교육에서 학습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생생한 정보를 교사가 갖고 있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산지원을 위해 교과 부진 학생을 파악하고 싶다면, 2008년 이전처럼, 지원이 필요한 학생수를 파악하여 보고하라고 하면 되는 것이다. 일제고사(진단평가)는 법적 근거가 없기에, MB정부는 교과부를 우회하여 2008년부터 시도교육감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 시도교육감 협의회 의장이었던 공정택 교육감이 앞장섰었기에 '공정택 표 일제고사'라는 표현이 나오게 된 듯하다.
'MB 표 일제고사'는 어떻게 청산하실 건가요?곽노현 교육감님, 'MB 표 일제고사(Iljegosa)', 즉 7월 12일에 실시되는 국가학업성취도 평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기사 앞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유엔은 2009년 한국 정부에 일제고사 청산을 권고했습니다. 국제화 시대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국제 사회의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려고 시도교육감도 노력을 해야 합니다. 16분의 교육감 중에서 곽노현 교육감은 특히나 엄중하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지난 세월 갈고 닦은 당신의 경륜을 발휘하여 'MB 표 일제고사' 청산까지 나아가는 길을 열도록 노력해주시길 희망합니다.
3월 2일 일제고사로 해직되셨던 강원 동해 네 분 선생님이 복직하셨다. 복직되기 까지 2년 동안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했다. 눈이 복스럽게 오던 날 들었던 판사의 판결문 낭독 소리가 생생하다. 일제고사를 거부하고 수업을 한 행위는 일탈 행위가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교사의 전문성과 양심에 따른 행위"로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