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미션' 공연 장면가브리엘 신부가 과라니족들과 함께 쏟아지는 총탄 속을 향해 죽음의 발걸음을 내딛는다.
상상뮤지컬컴퍼니
그런데 이 기대에 찬 120억 원짜리 뮤지컬 '미션'이 개막과 더불어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바로 '리콜'이라는 소용돌이다.
첫 주(2월2일~6일)의 공연에 대해 상상뮤지컬컴퍼니에서는 관객에 대해 '리콜'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리콜'은 뮤지컬 '미션'을 찾았던 관객에 대해 이전보다 더욱 좋아진 공연을 무료로 제공해주기 위해 펼친 기획사측의 서비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일어나서는 안 될 서비스라는 것이 문제.
'리콜' 없는 서비스. 즉, 완벽한 공연이 모든 공연에 있어서의 목표이다. 그런데 '리콜' 서비스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덕분에 뮤지컬 <미션>에 대해 쏟아진 비평과 비난은 혹독하다 못해 참담할 정도였다. 관객들의 쏟아지는 비평과 비난에 대해 '상상뮤지컬컴퍼니'에서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관객이 만족하게끔 최선을 다해 개선하겠다고 하였다.
'리콜'의 사유를 보면 우선 노래가 적어 대사와 노래가 거의 반반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들의 동선이 적으며 무대 장치가 웅장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엑스트라가 적은 것도 문제였다. 그런데 문제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MR의 사용이었다. 문제가 된 이들 항목들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분명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대사와 노래가 반반을 이루면서 동선에 있어서는 무겁고 정적이며, 배우 중심으로 무대를 설치하므로 필요 이상의 웅장한 무대를 꾸미지 않으면서 또한 극의 전개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위해 필요 이상의 인원을 무대에 투입하지도 않고, 장엄하고 웅장한 반주를 위해 MR을 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유럽 뮤지컬'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유럽 뮤지컬' 형식에 충실히 맞춰 작품을 무대에 올린 이탈리아 제작자로서는 무척 억울할 것이다. 또한 이탈리안 배우도 억울할 것이다. 자신은 '유럽 뮤지컬'에서대로 무대에서 열연을 하였는데도 동선이 부족했다는 평을 들었으니 섭섭하고 억울했을 것이다. 관객에게 장엄한 음률을 들려주기 위해 MR을 사용한 '상상뮤지컬컴퍼니'로서도 억울했을 것이다.
'유럽 뮤지컬'의 입장에서 보면 뮤지컬 '미션'은 동네북이 될 정도로 두들겨 맞아야 할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처음으로 스스로 해보는 '유럽 뮤지컬'로서는 제법 잘 만든 작품으로 보아도 될 정도이다. 그런데도 왜 이처럼 '리콜'이 일어났을까?
이는 뮤지컬 '미션'이 태어난 곳이 바로 한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유럽이 아니다. 한국만의 고유 뮤지컬 성향이 있다. 그런데도 이를 간과하고 곧바로 '유럽 뮤지컬'을 탄생시켰다. 결국 이는 축복받지 못할 사생아의 탄생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비록 잘못 태어났어도 살아야 한다. 아니 살아남아야 한다.
뮤지컬 '미션'은 세계적인 작품인 영화 '미션'을 모태로 하여 만들었다. 따라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의 뮤지컬 작품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높다. 만일 이것이 성공한다면 극단 차원을 떠나서 한국은 뮤지컬 제작 및 수출국으로서 새로이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 문화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보이는 일인 동시에 한국민의 문화적 저력을 자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있어 또 하나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이 된다. 따라서 뮤지컬 '미션'은 살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애국심에 호소해대며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의 관객들에게 '웨스트 엔드 뮤지컬'도 즐길 줄 모른다고 힐난할 수는 더더욱 없다. 관객의 성향은 개인의 자유이므로 '웨스트 엔드 뮤지컬'을 즐기도록 강요할 수 없다.
그럼 '유럽 뮤지컬'은 한국 관객과 도저히 같이 할 수 없는 관계인가? 그렇지는 않다. 서로 상대적 차이성을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면 된다. 즉, 관객은 '유럽 뮤지컬' 방식을 이해하려 하고, 제작자 측에서는 한국 관객의 취향을 이해하여 제작해 나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유럽 뮤지컬'을 한국의 관객과 서로 융화될 수 있도록 귀화시키는 것이다. 바로 '마카로니웨스턴'이라는 영화 장르를 이탈리아에서 만들어냈듯이 '마카로니한국'이라는 뮤지컬 장르를 한국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유럽 뮤지컬'보다 좀 더 무대 장치에 신경을 쓰고, 뮤지컬 넘버를 보다 더 많이 넣고, 대사를 줄이고, 동선을 더욱 크게 하고, MR의 사용을 최대한 피하며 출연진의 인원수도 더 늘리자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유럽 뮤지컬'보다는 많이 바뀐 모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의 바탕은 여전히 '유럽 뮤지컬'이므로 '유럽 뮤지컬' 본연의 모습은 그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마카로니웨스턴'에 이탈리아적 요소가 그대로 남아있듯이 말이다. '마카로니한국 뮤지컬'은 한국과 정서가 비슷한 아시아 국가에서 잘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발전하다보면 이의 본향인 유럽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이는 핑크빛 환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공은 꿈을 꾸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보상이다. 꿈을 꾸지 않는 자는 꿈을 가지고 이를 준비하는 자를 경멸할 자격이 없다. 꿈이 없는 자는 꿈을 가진 자와 더불어 달콤한 그 꿈을 나누어 가져 성공이라는 보상을 같이 누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성공이라는 달고 향긋한 열매를 맺어줄 수도 있는 싹을 단지 나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그리고 내가 알아왔던 것과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싹을 뭉개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지금 현재 우리의 앞에는 자칫 뭉개져버릴 수 있는 어린 새싹이 하나 있다. 바로 뮤지컬 '미션'이다.
이에 기자는 지난 17일 '상상뮤지컬컴퍼니'의 이태곤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한국 관객의 취향이 유럽과 다르다는 점을 깊이 통찰하지 못하고 간과한 것이 큰 실수였다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기자는 7월에 다시 올릴 뮤지컬 '미션'에서는 뮤지컬 넘버의 수, 무대 장치, MR, 등장 인원수 등에 있어서 대대적인 개선이 있을 것임을 이태곤 대표로부터 확인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유럽 뮤지컬'에서 벗어나는 대대적인 변모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우리는 '마카로니한국 뮤지컬'의 탄생을 도모해볼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기자는 2월 공연을 관람한 관객에 대해 7월 공연에서는 보은 차원의 행사도 할 것임을 이태곤 대표로부터 들었다. 그럼 우리 한국에 맞는 그리고 한국에서 만들어낸 '마카로니한국 뮤지컬' 즉, 한국형 '유럽 뮤지컬'을 즐길 것을 기대해보아도 되지 않을까?
이탈리안 연출가는 예술성과 자존심을 내세워 좀처럼 자신의 연출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는 이탈리안 배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연기 스타일에 있어서 자부심이 대단해서 아무리 연출가가 명령을 해도 고집불통으로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 13일 기자는 그동안 불거진 뮤지컬 '미션'의 문제들에 대해 이탈리안 제작자를 비롯하여 이를 연출하는 이탈리안 연출가 그리고 이를 직접 연기하고 있는 이탈리안 배우들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공연이 끝난 후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는 프로듀서 '파브리찌오 첼레스띠', 연출가 '스테파노 제노베세', 안무가 및 예술 감독 '지노 란디', 가브리엘 신부역 '다니엘레 갓띠', 로드리고 역 '다비드 갈라렐로', 카를로타 역 '클라라 가란테', 카를로타 친구 역 '스테파니아 프라테피에트로', 알타미라노 추기경 역 '루이지 지노 라 모니카', 요한 신부 역 '살바토레 파롬비', 로드리고 동생 펠리페 역 '디에고 사바스타노', 과라니족 추장 역 '잭 자카레', 노래를 부르는 과라니족의 벤 역 '시모네 폴라치', 마지막 과라니족 여자 생존자 마리아 역 '마르티나 치아바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