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고차 3800m의 웅장한 협곡 풍경
변훈석
위롱설산은 13개의 봉우리가 길이 35Km, 폭 20Km에 걸쳐있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의 용이 구슬을 물고 있는 형상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은 용의 모양을 닮고, 그 산이 품고 있는 협곡은 호랑이가 뛰어 넘었다고 하니 용과 호랑이가 그럴싸한 궁합으로 한 자리에 있는 듯하다. 나시객잔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능선을 향한 가파른 오름길에 들어선다. 가파른 오르막을 향한 구절양장의 길이 28번 굽이진다고 해서 붙여진 28굽이길은 호도협 트레킹의 가장 힘든 구간이지만, 꾸준한 주말산행으로 다져진 체력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넘을 수 있는 길이다.
28굽이길의 끝에서면 발치 한참 아래 비취빛 진샤강의 물줄기가 좁은 협곡 속을 가늘게 이어지고, 수면에서부터 시작해 직벽에 가까운 날카로운 경사의 위롱설산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표고차 3800m의 깊은 협곡이 한눈에 조망된다. 지각판이 부딪히고 융기되던 그때의 시간들이 아스라이 협곡 속에서 피어오르며 그런 지구의 아름다운 상처가 이렇듯 훌륭한 경관이 되어준 길 위에서 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희미한 워낭소리에 감동이 복받쳐 오른다.
친절함에 삼계탕과 김치까지 준비되어 호도협 트레킹을 하는 한국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차마객잔에 여장을 풀고 고단함과 신발위에 잔뜩 얹힌 먼지를 함께 털어내며 시간을 기다린다. 깊은 협곡의 일조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 그 마지막은 하바설산 너머로 해가 넘어가며 붉게 영글은 마지막 한줄기 빛을 설산위로 뱉어내며 회색빛 석회암 봉우리들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의 장관이 곧 펼쳐지고 어느새 협곡의 긴 밤이 찾아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