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부대 6진으로 소말리아 해역에서 작전중인 해군 '최영함'
해군
필자는 해군통역장교로 군복무를 했다. 그 시절 동료들과 농담 삼아 주고받았던 질문이 있었다. "과연 이순신 제독 같은 분을 사령관으로 모신다면 어떨까?" 이 질문에 대한 동료들의 답변은 "분명히 많이 힘들 것"이었다.
군 생활을 하던 당시 동료들은 끊임없는 점검과 훈련, 전술연구를 실시하던 이순신 제독이 사령관이라면 군 생활이 몇 배는 바빠질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순신 제독처럼 군의 본분을 제대로 실천하는 사령관이 있다면 보람 있게 따를 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들도 덧붙였다.
옥포해전 후 적의 수급을 확보하여 전공을 임금께 알리기에 급급했던 원균과 달리 이순신은 장졸들에게 항상 이렇게 당부했다.
"수급에 신경 쓰면 목전의 싸움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대들의 공은 내가 장계에 낱낱이 적어 올릴 테니 오직 싸움의 승리에만 전력하라."(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제10권 참조)이는 군의 본분에 가장 충실하고자 했던 이순신 군인정신의 핵심이다.
싸움의 승리에만 전력하고 그 외의 정치적 판단과 공로의식의 허위를 배격하는 자세. 이 자세야말로 전술적 판단에 맞지 않는 조정의 출전명령에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물론 이로 인해 이순신은 백의종군까지 하게 됐다. 그렇지만 오로지 전술적 판단으로 싸움의 승리에만 '올인'하는 것이야말로 군인이라면 반드시 배워야할 기본자세 중의 기본자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언론에 공개된 군 세부작전... 아찔했다 '아덴만 여명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청해부대원들은 이 기본자세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가까이 끈질기게 해적을 쫓아 납치된 우리 선원들을 무사히 구조했다. 평소 훈련과 준비를 하지 않은 부대라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입체적으로 펼쳐진 미 해군과의 연합작전도 청해부대의 작전준비태세가 높은 수준에 있음을 보여주었다.
싸움의 승리와 임무완수에 모든 걸 거는 우리 군의 자세를 보여준 쾌거였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한국에 작전성공 소식이 전해진 지난 금요일(1월21일) 이후 언론보도에 터져 나오던 군 세부작전 상황을 듣고 있자니 해군장교 출신으로서 아찔할 정도였다.
필자는 청해부대가 창설(2009년 3월)되기 전에 해군통역관 자격으로 대(對)해적작전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라크 자이툰부대의 군수물자 운반선을 호송하는 대해적작전이 청해부대가 창설되기 전에 이미 있었다.
군 생활 중 마지막으로 참가했던 작전이 바로 그 작전이었다. 당시 인도양과 말라카해협을 항해하며 매일 해적진압훈련을 했다.
이번 교신상황 공개와 자세한 전술 브리핑을 보면서 새록새록 그 때 기억이 떠올랐다. 경험상 보안사항으로 통제해야 할 내용들이었다. 군에서 작전 세부사항을 공개하면서까지 승리의 공을 치하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승리소식이 전해진 주말에 서해에서 이루어진 언론용 작전상황 재연을 보며 허탈한 웃음을 금할 수 없었다. 주말에 UDT 대원들까지 동원한 해상 이벤트가 과연 다음 작전 시 청해 부대원들의 무사안전과 임무성공을 바라는 군 수뇌부의 결정이었는지 의문이었다.
작전승리 '공'은 한 명이 독차지할 수 있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