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전함 사선(沙船)명나라 배인 사선을 보면 이순신 장군 동상의 좌측 좌대 부조에서 보이는 배와 형태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해양대학교 박물관 소장)
일본 송포사과(松浦史科)
결국 광화문 세종로에 있는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과 더불어 조선 수군의 판옥선을 이끌고 출정하지 않고 명나라 수군 사선(沙船)과 더불어 출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순신 장군은 자국의 수군으로만 이루어진 자주적인 출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참으로 굴욕적인 상황 설정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앞서 말했듯 김세중 작가는 이순신 장군에서 오른 손의 칼, 이순신의 고개, 갑옷, 일본도, 독전고, 이순신의 얼굴, 좌대의 형태 등에서 문제를 보였다. 한결같이 일본에 비굴한 패배를 보이며 자주적인 기상을 느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 좌대의 부조에서 조차 김세중 작가는 이순신 장군이 자주적인 출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전함을 단 한 척도 침몰시키지 않은 것으로 만들고 있다. 더구나 거북선으로 말이다. 대신 조선의 우군인 명나라 전함을 거북선이 신나게 깨뜨리고 있다.
서울시 "좌대 문제점 우린 몰라... 작품으로 봐달라"도대체 이 어이없고 기가 막힌 부조의 조각은 어찌된 일일까?
자연물과 작품의 차이는 자연물일 경우 우연이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작품에서는 결코 우연이 없다. 자연에서는 독전고가 우연히 넘어져 누울 수도 있지만 작품에서는 독전고가 눕는 것조차도 작가가 깊이 생각한 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만큼 작품은 선 하나를 긋는데도 많은 고심과 고증이 들어간다.
김세중 작가가 이순신 장군의 해전을 구상하면서 오직 거북선만 고증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왜선과 명나라의 함선도 면밀하게 고증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좌대의 부조에서 보이는 이런 상황은 절대로 작가의 무지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만들 때 김세중 작가는 철저히 고증을 하였다고 '김세중 기념사업회'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왜 김세중 작가는 이렇게 작품을 만들었을까? 김세중 작가가 작고한 지금 정확한 이유를 알기는 어렵다.
이순신 장군 동상 좌대 문제점에 대해 지난 1월 5일, 나는 이 동상을 관리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김준기 도시계획국 균형발전추진단 단장, 균형발전 1팀의 이아무개 팀장과 인터뷰를 했다.
하지만 김 단장과 이 팀장은 "40여 년 전에 세워진 동상의 일이라서 생각지도 못했으며 알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이미 작고한 김세중 작가에게 문의해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므로 서울시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딱히 답변을 할 처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김준기 단장과 이 팀장은 "이순신 장군 동상 설령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작품 그 자체로서만 평가를 할 일이지 동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비판을 하고 논란을 벌일 일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고 김세중 작가 유족도 서울시와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좌대 문제와 관련 고 김 작가의 부인 김남조씨는 7일 기자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동상이 만들어 진 지) 40여 년이 지나 전혀 알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할 말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은 여러 의미를 갖고 있다. 거리의 상징이자, 많은 한국인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주는 증표이기도 하다. 후대 사람들이 이순신 이름 앞에 '성웅(聖雄)'을 괜히 붙인 게 아니다.
그런데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은 한 나라의 성웅에 걸맞게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일까? 위에서 다소 장황하게 이야기했듯이 나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40여년 전에 만들어졌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하기엔 성웅의 존재감이 우리에겐 너무 크다.
이순신 장군은 "내 죽음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순신 장군 동상에 문제가 있어도 비판을 하거나 논란을 벌일 일이 아니"라는 서울시 당국자의 해명이 꼭 "동상의 문제점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는 변명처럼 들리는 건 나 혼자만의 환청일까?
덧붙이는 글 | 기고자 박철주(문학박사)는 해군 장교 대위 출신으로서 참수리급 고속정 및 천안함급 초계함에서 해상 장교로 근무하였으며 목포 해양대 학군단에서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해군의 군사에 대해 강의를 하였던 해군 전함 전문가이다.
또한 해군 정보부의 활약을 그린 해군 전략 첩보소설 '후지산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를 집필한 작가로서 참수리 고속정의 서해 교전과 연평도의 천안함 격침 사건을 소재로 하여 소설화한 '바다는 태양이 지지 않는다'를 집필한 해양 및 전함 전문가이다.
현재 각 국어학 학술협회의 정회원이자 경향매일 신문의 논설위원으로 있다.
이 기사는 경향매일 신문의 1월 20일 및 1월 21일 자 특집 기사로 나간 내용을 보강하고 다듬어 다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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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굴욕'... 왜선은 침몰 못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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