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자전적 에세이 <나를 버리다>
박호연
박지성의 자전적 에세이 <나를 버리다>는 그의 성공 이야기가 아닌 아직도 진행형인 그의 꿈을 향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가 평소에 보여준 깔끔한 인터뷰 실력만큼이나 간결하고 똑 부러진 문체로 오늘의 박지성이 있기까지 겪어야 했던 숱한 어려움과 지금의 성공에 만족할 수 없는 그의 꿈이 담담하게 녹아든 책이다.
비록 김남일의 경고 누적으로 맡게 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지만 축구팬들에게 노란 완장의 박지성 없는 대표팀은 상상조차 싫은 현실이 되어 버렸다. 그는 별이다. 희망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가슴을 쿵쾅거리게 하는 연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 영원한 캡틴이 되었을까? 박지성은 말한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라고….
박지성은 평발이다. 운동선수로는 특히 90분 내내 뛰어야만 하는 축구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키는 작고 그렇다고 뛰어난 발재간을 타고난 것도 아니다. 그를 눈여겨 봐주는 감독도 대학도 없었다. 그는 통닭집 사장이 부러운 그저 그런 선수였다.
축구선수로서의 아킬레스건을 두루 갖춘(?) 그에게 노력은 단순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입바른 소리가 아니었다. 현실이었다. 더 큰 자신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었다. 대표팀 선수가 되기까지도 그랬고 맨유(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그랬다.
"난 연습 벌레가 돼야 했습니다. 축구를 막 시작하던 무렵에는 발등 구석구석마다 3000번 이상 볼이 닿아야 감각이 생긴다는 선생님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모든 훈련이 끝난 후에도 난 매일 빠짐없이 개인 훈련을 했습니다." - <나를 버려라> 중에서
그는 유령이 되어야 했고 경기에서 이기고도 울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무릎에 난 부상의 흔적들을 북두칠성이라 부른다. 틀림없을 게다. 하늘의 그것은 그냥 떠 있으면 되지만 박지성의 북두칠성은 열 번 넘어지고 백 번 채이고 천 번 일어나야 생기는 별이니 말이다.
박지성은 말한다. 빛나는 명품 조연이 되고 싶다고, 보는 이들에게 골은 축구의 모든 것이다. 골이 이루어지기까지 수없이 벌어지는 노력의 과정들은 골 한 방으로 잊히고 골을 넣은 선수에게만 열광한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프리메라리가도 박지성이 골을 넣어야만 대서특필된다. 우리는 늘 골 넣는 박지성을 원한다. 그러나 박지성은 골잡이가 아니다. 그는 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그게 공격수가 됐건 미드필더가 됐건, 그리고 맨유에서건, 대표팀에서건.
"축구뿐 아니라 다른 조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역할을 망각하고 모두 보스가 되고픈 사람들로 넘치는 조직이 과연 제대로 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어떤 조직이든 경쟁은 필수적이라고 해도, 승리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경쟁은 스스로 무너지는 일일 것입니다." - <나를 버리다> 중에서박지성은 맨유의 골잡이 루니와의 찰떡궁합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자신이 비록 주연은 아니지만 조연으로서 최선을 다해야만 루니의 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그러잖은가! 아무리 주인공이 명연기를 펼치더라도 조연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 영화는 대박의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고 보니 박지성은 명품조연 유해진과 많이 닮았다.
또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꿈을 향한 노력과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래서 최고가 된 박지성 뒤에는 끊임없는 소통과 자기희생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나를 위해 나를 버리는 방정식이 비로소 해법을 찾게 되는 과정이다.
<나를 버리다>에는 박지성의 꿈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박지성을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소개되어 있어 읽는 재미와 감동을 더해준다. 누리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박지성과 이영표가 경기 도중 손을 맞잡은 사진의 뒷얘기, 악동 루니를 비롯한 맨유의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에 관한 얘기, 허정무 감독과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 얘기, 처음으로 대표팀 숙소를 같이 쓴 선배 황선홍과 동료 대표팀 선수들 얘기, 가족과 연애, 결혼에 관한 그의 생각 등….
읽는 내내 박지성의 인터뷰처럼 차분해지면서도 서서히 다가오는 감동과 희망을 느끼게 될 것이다. 끝으로 박지성이 축구팬과 국민들에게 전하는 희망 메시지를 담는다.
"앞으로도 꿈을 가지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박지성이기를 희망합니다. 당신도 당신만의 그라운드에서 꿈을 이루길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