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SSM 롯데의 '마켓 999'서울 강동지역 상인들이 변종 SSM인 마켓999앞에서 생존권 보호를 호소하고 있다
이승진
둘째, 최근 SSM에서 한 단계 더 나간 슈퍼마켓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24시간 운영하는 복합점포 '편의형 슈퍼마켓'이다. 최근 롯데가 '마켓999'라는 이름으로 서울지역에 16개를 개점했고 규모는 대개 30~50평으로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생활용품을 990원, 1990원, 2990원 등 브랜딩 가격으로 판매한다. 품목 수는 3100여 종. 딱 잘라 이야기하면 편의점을 빙자한 슈퍼마켓이다. 더 위력적인 사실은 경기도 용인과 광주 등지에 전용 농장을 조성해서 가격 변동이 심한 채소를 1년 내내 같은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GS는 이런 형태의 소매점을 이미 350여 곳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기존 편의점도 리모델링하겠다는 계획들이 나와 있다. 보광훼미리마트도 이런 매장을 100곳 정도 새로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이러한 공격적 마케팅에 대응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개인 소매점은 전무하다. 법상 편의점으로 등록해도 되니 사업조정제도로 저지하기도 어렵다. 대기업은 곧 복합매장 사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정부와 중소상인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창고형 대형할인점-대형마트-SSM-24시간 편의형 슈퍼'로 이어지는 융단폭격은 결국 지역 유통시장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재편하려 들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중소상인들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먼저 소비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손님이 들어야 상품이 나가고 상품이 나가야 신명이 나서 서비스 개선과 매장 리모델링에도 신경쓰게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한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도소매 통합물류센터'를 지역에 내려 보내고 상인들이 이를 위탁 운영하면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면 된다. 여기서 반드시 유념해야 할 사항은 '도소매가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다. 소매점(슈퍼마켓)의 구매력과 도매점(대리점)의 유통 노하우가 제대로 버무려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두 번째는 자치단체의 역할이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대기업이 사업방향을 틀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그렇다. 현재 울산시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례처럼 '입점예고제도'와 '출점지역조정제도'를 도입하고 대기업과 중소상인이 과도한 경쟁을 피해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조정해 주는 것이다. 이 제도가 사업조정제도와 다른 점은 '규제'가 아니라 '공존'의 개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①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규모점포 등의 입점예고(지역·시기·규모 등을 자치단체에 공표) ② 상권영향조사(상권영향지수는 대․중소기업 합의로 정리 + 중기중앙회 매뉴얼 활용) ③ 상권영향지수가 낮을 경우 입점 / 높을 경우 출점지역 조정권고(중소상인 단체에서 비경쟁지역 추천+자치단체에서 레드·옐로우·그린지역 설정)* 레드지역 : 과잉경쟁지역* 옐로우지역 : 준경쟁지역* 그린지역 : 비경쟁지역세 번째는 현재 지역 상인단체들이 주로 업종별·업태별로 조직(슈퍼마켓협동조합 등)되어 있는데 이는 대기업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응하는 조직으로 활동하기에는 의사결정 구조상 속도를 따라잡기도 어렵고 주체를 조직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업종별·업태별 상인조직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개별 상인은 그 지역 공간을 중심으로 조직해 들어가야 한다. 즉 '공간과 생활을 공유하는 모든 상인들의 총합'인 '상가번영회'가 현실적인 이슈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역 도소매 대표사업자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전국유통상인연합회를 발족하고 모든 상인들을 조직하기 위한 실험을 시작했다. 중소상인 생존권과 골목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사회적 합의가 조금씩 만들어져 나가는 이때. 우리는 지역 유통업계의 미래 전망과 비전, 골목상권을 수호하겠다는 사명을 구체적으로 세워 나가고 학습하고 조직해 나가야한다. 이러한 시대에 SSM법 국회 통과로 이제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천만의 말씀. 지금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울산시민연대 웹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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