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인권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김영혜 변호사
연합뉴스
더욱 한심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자신이 임명한 위원장의 파행적 운영과 독단으로 국가의 중요한 한 조직이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으면, 원인을 파악해서 근본적 처방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사퇴한 상임위원의 후임을 임명해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문제를 부추기는 것은, 국가조직의 최종 책임자로서 무능한 것이거나 아니면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결국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을 스스럼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화가 난 국민들이 그냥 있겠는가? 국민을 대표해서 60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들고 일어나고, 법학 교수들과 전직 인권위원들과 사무처 직원들까지 나서고, 인권단체들은 인권위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불 난 집에 물은커녕 부채질하는 몰염치한 작태를 이명박 대통령은 저지른 것이다. 새상임위원으로 반인권인사인 김영혜 변호사를 임명했다. 그는,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며 시국선언을 한, 전교조 교사들의 명단을 불법으로 공개하여 법원의 결정을 어기는 등 물의를 빚은, 조전혁 의원의 법정대리인 역할을 할 정도의 반인권 인사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위에 인권과 조직운영의 기본도 돼 있지 않은 사람을 위원장으로 임명하여 인권위를 파행으로 몰고 가더니, 이젠 한 술 더 떠 반인권 인사를 상임위원으로 완장을 채워 내려 보내 인권위 자체를 부정하는 폭거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이명박 대통령은 인권위 무력화를 통해 국민 전체를 우롱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생명 보호하는 첫걸음이자 마지막 보루, 인권위이런 사태를 맞으며 우리 정책자문위원 등 여러 위원회 위원들은, 더 이상 위원회에 남아 있어야 할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뜻을 모아 함께 사퇴하게 이른 것이다.
이번 인권위사태와 관련해 직접적 책임은 현병철 위원장에게 있다. 많은 이들이 사퇴하고 어떤 의견을 냈기 때문이 아니라, 용산참사 등 인권위가 분명한 의견을 내야 할 때 내지 않은, 아니 내지 못하게 한 책임을 지고 현병철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
그렇게 인권위가 제 임무를 방기하는 사이, 용산참사의 억울한 피해자들은 오히려 가해자의 누명을 쓰고 중형을 선고받아, 이 시간에도 신체 구금이라는 최악의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궁극적이고 총체적인 책임은 역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국민에 대한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약속을 그는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인권을 무시하고, 인권의 최후 보루인 인권위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인권위야말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첫걸음이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무시하고 인권에도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국민과 국가를 무시하고 관심이 없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아니다.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인권위 정책자문위원을 지내다 15일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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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인권 저승사자' 현병철, 데려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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