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화재 당시 잔해 그대로 보존한 시애틀

시애틀의 언더그라운드 시티를 다녀와서

등록 2010.11.14 16:03수정 2010.11.1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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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11월 11일은 우리의 현충일에 해당되는 리멤버런스데이(Remembrance Day)이다. 물론 국경일이다. 모처럼의 연휴를 맞이하여 시애틀에 있는 언더그라운드시티 투어를 다녀왔다. 언더그라운드 시티는 시애틀의 다운타운에 위치한 120여 년 전에 건설된 지하도시를 말한다.

내가 알고 있는 시애틀은 톰행크스와 맥라이언 주연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과 번성하는 거대도시, 현대도시, 알래스카로 가는 관문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애틀 다운타운의 인도와 도시 아래에 시애틀의 개척자와 초기 정착민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당시인들이 사용하였던 화장실의 모습
당시인들이 사용하였던 화장실의 모습장순순

초기 시애틀은 1851년 18명의 데니(Denny) 당원의 도착으로 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하였으며, 지대가 대단히 낮아 만조 때가 되면 침수가 심각한 상태였다고 한다. 초기 시애틀을 이야기할 때 수세식 변기와 관련한 설명을 빼놓을 수가 없다. 당시 시애틀의 하수구는 중력유동식(gravity-flow system)이었기 때문에 썰물 때에는 변기가 잘 작동되었으나 밀물이 되면 높아지는 압력 때문에 변기의 밸브가 느슨해져서 변기의 처리되지 않은 오물이 마치 화산처럼 도시에 솟아올랐다고 한다.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시작된 배경에는 시애틀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가 놓여있다. 1889년 6월 Jon Back이라는 한 젊은이가 냄비에 풀(glue)을 끓이다가 넘치면서 불길이 목조로 지어진 건물에 번지고, 그 결과 시내의 상당부분이 전소되었다. 당시 시애틀의 건물들은 대부분 나무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피해가 컷을 뿐만 아니라, 당시 건물들이 바다에 접해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마침 바닷물이 썰물 상태였기 때문에 쉽게 물을 끌어들일 수 없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인명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화재 이후 도시를 다시 건설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건물들을 그대로 두고 시내의 도로를 북돋우고, 그 위에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였는데, 이로 인해 주변의 건물보다 도로가 높아지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다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결국은 높아진 도로에 맞춰서 생활권이 재형성되었다. 그 결과 옛 거리의 건물 1층들이 고스란히 지하도시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지하로 들어간 부분은 오랫동안 잊혀지고 있다가 1965년에 지하도시가 발견되면서 현재의 투어로 개발하게 된 것이다.

 지하도시의 내부
지하도시의 내부장순순

이곳을 방문하게 되면 화재 당시의 잔해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서 당대의 사람들의 일상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박한 가이드의 설명을 통해서 시애틀의 역사가지 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역사에서 내버려진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보존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살아있는 역사공간으로서 활용하는 모습들을 통해서 우리와 다른 역사유적에 대한 태도와 자세가 부러웠다. 그래서 인지 시애틀을 떠나는 동안 부끄러운 역사의 흔적이라고 애써 외면하고 파괴해버렸던, 그래서 이제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자꾸만 시애틀의 언더그라운드 시티와 오버랩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 설명
사진 1) 당시인들이 사용하였던 화장실의 모습
사진 2) 자하도시의 내부


덧붙이는 글 사진 설명
사진 1) 당시인들이 사용하였던 화장실의 모습
사진 2) 자하도시의 내부
#역사유적 #보존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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