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모차르트로 환생한 김준수8개월 만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레게머리의 모차르트로 변신한 김준수는 한층 원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였다.
떼아뜨로 제공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유럽 최고의 뮤지컬스타 우베 크뢰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콜로레도 대주교 역할을 맡은 그는 풍부한 감성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독일 뮤지컬계 대표적인 실력파 배우임을 입증했다. 특히 모차르트와의 갈등이 팽팽한 대립으로 치닫는 장면에서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었다.
각종 무대장치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대형 스크린을 통해 투과된 영상과 특수효과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선율과 함께 교차되며 마치 3D 영화를 보는 듯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 영상은 무대 위 배우들의 복잡한 심리구조와 내면세계까지 형상화해 전달했다.
객석을 가로지르는 돌출 무대는 이전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접할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였다. 이 공연이 '콘서트'임을 일깨워주며 관객과의 교감을 더욱 높여주는 훌륭한 장치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와 함께 음악의 분위기나 배경을 중세시대지만 현대적인 특수효과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날 수 있도록 꾸민 점도 눈길을 끌었으며, 무대 양 옆에 세워진 대형 스크린은 배우들의 생생한 캐릭터 묘사를 더욱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왔다.
관객들은 뮤지컬과 콘서트가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에 마치 무거운 외투를 벗어던진 듯 가볍게 즐겼다. 객석 곳곳에서는 '샤차르트'에 동화되어 노래를 따라 부르는 관객들의 모습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모습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달라고 절규하는 모차르트의 모습에서는 숨을 죽은 채 극에 집중하다가도, 새로운 신곡을 발표하는 순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감춰두었던 에너지를 폭발해냈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특히 진행을 맡은 일부 배우들의 산만하고 매끄럽지 못한 진행방식은 관객들의 집중도를 무너뜨리는 불필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더욱이 곧바로 이어진 <엘리자벳>의 프롤로그가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음을 감안한다면 이들의 '오버'가 오히려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흐름을 끊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계산했어야 했다.
또 뮤지컬 콘서트임에도 작품을 보지 않은 사람은 스토리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된 점은 제작진의 섬세한 배려가 부족했음을 나타냈고, 3시간의 러닝타임은 일부 관객에게는 자칫 지루하게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준수의 댄스가 어우러지며 뮤지컬 버전으로 번안된 '인톡시케이션'과 신비롭고 장중한 선율의 '니가 그리웠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고, 자신의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 직접 피아노를 반주하며 연주하는 세계적 거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콘서트는 김준수의 팬들에게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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