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
이안나
나 역시 느긋하게 바라보는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들은 심하게 느긋했다. 큼지막한 DSLR 사진기를 갖고 있는 티보는 항상 깊이 생각하고 사진기를 들었다. 발이 빠른 야니스는 구석 구석을 뛰어다니며 새로운 경치나 풍경을 발견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를 불러 함께 공유하려고 했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다 보니 오사카 성 주변을 관광하는 데만 1시간 반이 걸렸다. 시간이 걸렸지만 천천히 여유롭게 둘러보는 오사카 성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정말 좋았다. 돌의 색과 연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소풍 온 꼬마들이 사진을 찍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작은 신전 하나하나에 기도 드리고 나무 하나 하나를 소중이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행의 여유티보, 야니스와 총 3시간 동안 오사카 성을 구경한 후에 우린 근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을 하면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요?"
"음… 정말 많은데, 작은 것을 찾아가는 것? Detail을 발견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Detail?(세부 사항, 세세한 모든 것들)"
"예를 들면 건축물의 선 같은 것들이 비슷하다던지, 사람들의 술 마시는 행동이 비슷하다던지… 그런거요. 그리고 프랑스에 있는 내 친구랑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밌었요… 하하하"
"아… 그럼 어느 지역이 제일 좋았나요?"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한국에서 2달, 중국에서 1주일 그리고 일본여행은 지금 막 시작한 거라 뭐라고 말할 순 없고… 한국에서 가장 오래 보낸 편인데도, 사실 2달을 보낸 걸로 한 나라를 이해할 순 없어요. 한국에서 인상 깊었던 건 도시에서도 지역별로 정말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는 거랑, 사람들이 각 계층 별로 구분이 되게 옷을 입고 다닌 다는 거예요."
"계층별로 옷을 입고 다닌다고요?"
"음… 학생은 학생처럼, 직장인은 직장인처럼, 구별할 수 있게 입었어요."
"에이 그건 어느 나라나 그렇지 않나요?"
"그건 사실이지만 한국은 유난히 눈에 띄게 보여서 신기했어요. 다들 비슷하게 입지만 자신을 나타내는 계층이 뚜렷하다고나 할까. "
"그럼 여행을 통해서 뭘 배운 것 같아요?"
티보와 야니스는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서로 눈빛을 주고 받았다.
"그건, 모르겠어요. 뭘 배웠는지 ㅎㅎㅎ. 뭘 배운 것 같긴 한데… 문화를 체험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사실, 내(티보) 전공은 미술이고 야니스는 건축이에요. 나는 졸업한 상태이고 야니스는 1학기가 남았죠. 우리는 일을 갖기 전에 동양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싶었고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려고 했어요. 3달 여행일정을 잡고 왔는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고민에 답을 할 만큼 충분한 것 같진 않아요. 여행을 끝내고 다시 돈을 모아서 오려 구요."
새로운 교훈, 그리고 새로운 동행자
"티보, 야니스 지금까지 이렇게 구경하고 다녔어요? 처언~ 처언~ 히이~?"
티보와 야니스가 어깨를 들썩이며 씽긋 웃었다.
"그럼요. 기차도 일부러 느린 것들만 골라 탔어요."
이런, 성인군자들.
"일부러? 왜?"
"발견하고 생각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