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낸지 70일 후의 논
박종인
그러나 벼는 아직 아이다. 몸은 어른처럼 부쩍 자랐지만 마음은 아직 여린 청소년처럼 잎만 자란 벼는 아직 덜 자란 것이다. 벼알을 여물 이삭이 밖으로 나오는 때가 비로소 벼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 이삭을 만들기 위해 벼는 우선 잎을 많이 내어서 양분을 만들고 있다.
이삭이 잎 밖으로 나오는 시기를 출수기(出穗期)라고 하는데, 이천에서 재배하는 '추청' 품종의 출수기는 8월 중순 이후이다. 출수기 이후에 벼는 수술과 암술이 만나 수정을 하고, 벼알이 여물어서 쌀이 되는 것이다.
아직은 이삭이 잎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잎 속에서 이삭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쯤에 벼 줄기를 갈라보아서 어린 이삭의 상태를 보고 출수일자와 이삭거름을 주는 때를 가늠할 수 있다.
벼의 성장상태를 살피기 위해 벼를 해부했다. 뿌리에 달라붙어있는 흙을 씻어서 보니 오래된 붉은 뿌리와 이제 막 나온 흰뿌리가 있다. 뿌리가 처음 나오면 하얗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막이 형성되어 붉게 변한다.
뿌리 부분의 줄기를 가르니 이삭은 보이지 않고 이삭마디가 보인다. 벼도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어 무거운 이삭을 머리에 이고도 잘 견딘다. 대나무가 가는데도 그렇게 높이 자랄 수 있는 이유는 속이 비었고,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작은 이삭, 그러나 머잖아 황금 이삭으로 여물 것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