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진행된 세명대학교 문화관 강의실
김다솔
2일 아침부터 시작된 굵은 장대비는 전국을 적셨지만 참가자들은 모두 비를 뚫고 제천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캠프는 이봉수 원장과 교수진들의 환영사로 시작되었다. 참가자들은 아직까지 서먹서먹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했다. 첫 강의는 이봉수 원장의 '세계 일류 언론과 한국 언론'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저널리즘 박사 과정을 마친 이 원장은 영국 일간지인 <가디언>, <인디펜던트> 등과 우리 나라 신문들을 비교하며 우리 언론의 문제점들을 짚어나갔다.
두 번째 강의는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최종한 교수의 'PD를 위한 영상예술'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Art Institute MFA에서 실험영상을 전공한 최 교수의 강의는 신선했다.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보다 '시간'과 '미학'임을 강조한 최 교수는 다양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시간의 움직임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를 하고도 강의는 쉴틈없이 이어졌다. 세 번째 강의는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남재일 교수의 '한국 사회를 읽는 몇 가지 코드' 라는 주제였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초빙 강의를 하고 있는 남 교수는 <그래도 개인은 진화한다>, <나는 편애할 때 가장 자유롭다> 등의 글을 쓴 유명 작가이기도 하다. 맛깔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그의 강의는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타이트하게 학생들을 쥐락펴락했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성형미인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명제들을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오후 10시가 되어서도 강의는 끝나지 않았다. 2박3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라는 교수진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네 번째 강의는 현대 저널리즘스쿨에서 '취재보도실습' 등을 강의하고 있는 제정임 교수가 맡았다. 제 교수는 다년간의 기자 경험을 살려 스트레이트 기사 쓰기에 대한 강의를 했다.
첫날의 마지막은 역시 저널리즘스쿨에서 '방송제작론' 등을 강의하고 있는 권문혁 교수가 장식했다. 권 교수는 MBC에서 25년간 PD, CP로 근무하며 <PD수첩> <사과나무> <생방송 화제집중> 등 주요 프로그램을 맡았다. 학생들의 피곤함을 인지하는 듯 권 교수는 적당한 유머를 섞어가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그는 다년간의 경험을 살려 TV 프로그램 흥행의 조건에 대해 말했다. 소위 잘 되는 프로그램와 안 되는 프로그램들을 비교해 나가면서 PD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 강의했다.
강의가 다 끝나니 자정이 넘어 있었다. 아침부터 제천까지 오느라 고생한 학생들은 모두들 기숙사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기나는 참가자들 중 유일하게 룸메이트가 오지 않아 적적하기도 했지만 홀로 넓은 방을 차지하고 숙면을 취했다. 제천의 밤은 서울보다 시원했고, 모기도 많았다.
둘째 날도 오전 9시부터 강의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모든 참가자들은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강의가 있는 문화관으로 향했다. 피곤함이 얼굴에 가득했지만 이봉수 원장의 힘있는 강의는 잠을 다 달아나게 했다. 이 원장은 언론인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건 중 하나인 정보력, 그리고 그것을 위한 개인 데이터베이스 만들기에 대한 강의를 했다.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각종 신문이나 책 등을 통해 얻은 것들을 여러 카테고리로 분류해 정리해 놓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원장은 자신이 이 때까지 쓴 칼럼 몇 개를 읽으며 칼럼 쓰기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다음 강의는 <한겨레> 환경전문기자인 조홍섭 기자의 자연 보도에 관한 내용이었다. 잘 알지만 보통 학생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환경'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참가자들의 궁금증이 쏟아졌다. 어떻게 그 직업을 택하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어떤 취재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이 나왔다. 조 기자는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등을 취재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자신의 직업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점심 식사 후에는 <한겨레21>에서 사회부 팀장을 맡고 있는 안수찬 기자의 강의가 이어졌다. 안 기자는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라는 언론사 입사 준비서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다른 <한겨레21> 기자들과 함께 직접 강북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4천원 인생>으로 주목받고 있다. 안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했다. 기자는 PD를 지망하고 있지만 안 기자의 이야기는 흡입력있게 다가왔다. 기자라는 게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고 했던 그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