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한 접야무지게 엮어 놓은 마늘. 손잡이도 있어 들고 다니기도 참 편하다. 엊그제 마늘만 안 캤어도 이걸 사서 가겠다.
김석기
장바닥을 다 훑었지만 아까 본 동부만 한 것이 없다는 안완식 박사님. 결국 다시 그 집에 가서 동부를 사기로 했다. 다시 그 할머니에게 쓰윽 찾아가,
"할머니, 동부 좀 주세요."
"얼마나 줘요 …." 하다가 나를 본 할머니. 그대로 잠시 얼음이 되셨다.
"안 판다니까. 가요, 가!"
뭐 어떻게 하겠는가. 할머니는 팔지 않으시겠다며 저리 가라는 손짓을 하시며 쳐다보지도 않으신다. 그래 별 수 없이 가만히 취나물을 정리하는 할머니 옆에 서서 가만히 할머니를 쳐다보다가 한마디 툭 던졌다.
"에이, 할머니 한 되만 주세요."
그래도 눈길 한 번 안 주신다. 다 듣고 계신 것 안다. 다시 잠시 정적이 흐르며 뜸을 들이는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손님이 찾아와 찰보리쌀을 사서 가며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나와 할머니를 한 번 쓱 보고 갔다. 지금이 기회다.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느낌이 팍 왔다.
"할머니, 화 푸시고 한 되만 주세요."
그러자 내 말을 받아치신다. 됐다!
"내가 장사하면서 어디서 가져 왔냐고 묻는 사람은 처음이래요. 참나, 장사한다고 무시하는 거지 …."
"저희가 이걸 갖다 심으려는데 어디서 온 건지 궁금해서 그랬어요. 역정 그만 내시고 한 되만 주세요."
그러면서 슬며시 할머니의 팔을 두 손으로 잡으며 살짝 흔들었다. 다시 별 말 없으시던 할머니가 동부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시더니 봉지에 담아 주신다. 값을 치르면서 할머니에게 인삿말을 했다.
"할머니, 여기 오면 또 올게요. 그때 또 뵈요."
성격이 불 같은 할머니 덕에 좋은 추억이 하나 생겼다. 그렇게 구한 각시동부. 이건 덩굴이 안 생기고 콩처럼 자란다고 한다. 요즘은 농사를 많이 안 짓는데, 그 이유는 탈립이 잘 되기에 그렇다고. 그래서 녹두처럼 익는 대로 따야 하기에 사람들이 농사를 잘 안 짓는다고, 괴산장 다른 데 가서 찾아도 없을 거라며 눈에 보이지 않게 짐짓 으쓱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