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가 15일 국회 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유엔 로비에 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기되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해 답을 해본다.
'외교에 왜 NGO가 끼어드는가' 하는 점.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외교가 국가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은 이미 낡은 것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뒤떨어졌음에도, 각종 유엔회의에서 매우 활발하게 자신의 입장을 반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대부분 정부의 입장과 다르다. 입장이 같으면 부족한 재정 사정에 굳이 그런 일을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활동이 얼마나 일상적인지는 외교부의 관계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안보 문제에 이견을 제시해도 되는가' 하는 점. 전쟁과 평화의 문제야말로 결코 정부에만 맡겨둘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모든 사람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것이 결코 당사자들의 문제만이 아닌 전 세계인이 함께 겪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전 세계의 정부들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서 대부분 무능하고 이기적인 모습만 보여주었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안보리는 NGO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다' 하는 점. 안보리가 다른 유엔기구에 비해 NGO에게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안보리 측이 공식적인 기회를 부여하는데 인색하다는 것 뿐이지, NGO가 이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만 해도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자주 입장을 표명할 뿐 아니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편지 하나 발송했을 뿐인데...민망한 정부 대응이제 실제로 참여연대가 한 행동에 대해 살펴보자. 여기서 참여연대의 서한내용이 옳은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나의 몫이 아닐 뿐 아니라, 의미도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전제로 하고 그런 의견을 얼마든지 평화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기초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참여연대가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서한을 안보리 관계국에 보냈다는 것 뿐이다.
내가 보기에 이런 정도의 행동은 유엔에 대한 개입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의 것이다. 대표단을 보내서 관계국 대표들을 만나 로비를 한 것도, 별도의 비공식 설명회를 열어 자신들의 입장을 널리 홍보한 것도, 시위를 한 것도 아니다. 그저 정부의 발표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그걸 편지로 발송했을 뿐이다. 참여연대가 낄 자리인지 아닌지는 그 편지를 받은 각국 관계자들이 결정할 문제인 것이다.
어떤가. 너무 간단한 것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참여연대의 견해에 동의하는지 아닌지는 여기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일 그 서한의 내용에 반대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참여연대와 같은 일을 하면 된다. 이런 정도의 행동을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놀라운 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서한내용의 동의여부와 무관하게 참여연대의 행동을 지지한다. 그리고 그들이 더 적극적인 개입을 했다고 해도 역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견해를 가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싫다면, 다른 견해를 평화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참을 수 없다면, 정부와 일치하지 않는 생각을 국제적으로 표명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은 도대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