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우앨범기획자
홍갑성
엄현우씨의 직업은 음향 엔지니어다. 말만하면 알 법한 앨범들을 작업한 프로 엔지니어, 그가 이러한 작은 소동을 일으킨 동기는 촛불문화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촛불문화제 당시 문화제 응원을 위해 김장훈, 이한철씨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왔었어요. 그때 느낀 거죠, 이제는 문화로 저항할 때다!"그 이후 개인적인 시간을 쪼개어 '민주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앨범 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른할 줄만 알았던 토요일 아침 '노무현 대통령 서거'라는 비보는 그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그 날 이후 앨범의 제작 방향을 노무현 대통령 추모로 바꾸게 되었어요. 비단 그리움에 사무친 추모가 아닌 그 분의 뜻을 조금이라도 실현시킬 수 있는 추모앨범으로 말이죠."대답을 이어나가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머금어 있었지만 의지 가득한 눈빛은 그의 신념을 너무나도 절실히 외치고 있었다. 추모라는 이름을 사용한 앨범들은 조금만 찾아보면 민중가요나 다양한 언더 가수들도 많이 제작되었다. 과연 제작하고 있는 앨범이 그런 앨범들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말씀하신 대로 추모라는 타이틀을 가진 앨범들은 상당히 많아요. 하지만 단지 추모라는 의미만 함축하였을 뿐 정작 노무현 대통령의 뜻을 실현시키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누구나 기타 하나들고 혼자서 연주하고 노래 부르고 컴퓨터로 녹음하면 조그만 미니앨범 정도는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만들고 있는 음반은 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오늘도 시민들의 녹음을 위해 모인 자리구요."엄현우씨의 대답을 듣고 비로소 그 자리의 성격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녹음을 할 때마다 부스에서 연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 방송국에서 볼 법한 촬영 장비를 세팅하고 촬영 중인 사람, 녹음을 준비하고 서포트 해주는 사람,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모두가 자발적인 참여로 그 자리에서 함께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이 진정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아닐까요?" 엄현우씨의 한 마디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젠 문화로 투쟁할 때"... 자금은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