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호수에서 바라본 3층의 가장자리 복도와 입구입구와 입구를 연결한 복도에는 앙코르왓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인 신화부조가 새겨져 있다.
이재호
2층의 대문과 테라스에서 3층의 대문과 테라스 사이의 거리는 300미터 정도이며, 그 안에 원형의 호수 2개와 그 호수를 내려다보는 전각이 있다.
이 전각들은 본당건물과 떨어져 독립적으로 위치하며, 수행자의 휴식처나 접객시설로 보인다.
일층은 앙코르왓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윗층처럼 화려하거나 개성적이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관리가 편한 민둥 잔디밭이지만, 호수의 위치와 전각,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돌길 등을 생각해 봤을 때 이곳은 나무로 가득한 정원이었다.
잔디의 민둥한 평지와 회색의 고대건물인 이곳은 그 나름대로 아름답지만, 숲이라고 불러도 좋을 거대한 정원에 둘러싸여 황금과 옥으로 치장한 앙코르 왓을 상상하니 숨이 막힌다.
3층에 드러서면 2층과 같은 구조의 대문과 테라스복도를 볼 수 있다.
하지만 2층에 비해 사각형의 한 면이 몇백미터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2층 테두리 회랑을 장식했던 예술품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벽화였다면, 3층의 테두리 회랑 부조조각을 새기고 그 위에 색조를 넣었다.
물론 지금은 부조 위에 입혀진 색조는 모두 세월에 싯겨져 사라져서 지금의 회색 돌빛만 남았다.
이들은 800년 전의 부조라고 생각 할 수 없을 만큼 보존성이 탁월하다.
심지어 햇볕이 안드는 구석진 곳을 살펴보면 부조 위에 칠해진 색조조차 조금씩 남아있다.
3층 정문에서 오르쪽의 복도(서향 벽면의 남쪽방향)로 걸어가면 앙코르 왓의 주신인 비시누의 여덟번째 화신이자, 유명한 마하바르타의 주인공인 크리슈나의 일대기를 볼 수 있다.
크리슈나는 아직도 많은 힌두교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유가 신이면서도 인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에게 반기를 든 형제, 친구들과 싸움에서의 인간적인 고민들과 그에 대한 또 다른 영웅인 아르주나의 충고가 아직도 그들에게 구전되어 온다.
크리슈나의 이야기가 끝나고, 복도가 왼쪽으로 직각으로 꺽이면서(남향 복도) 앙코르 왓을 세운 자야바르만의 승전행진을 만난다.
승전행진에 나오는 지휘자들은 여러개의 파라솔을 장착한 마차 위에 있다.
이들 파라솔의 숫자가 높을 수록 높은 지위를 나타내며 중앙에 14개의 파라솔을 가진 자야바르만 7세의 모습이 보인다.
동향의 복도로 들어서면 힌두교의 유명한 신화인 우유의 바다를 저어 불로불사약을 만드는 92명의 신과 88명의 악마의 단결된 모습이 나온다.
힌두나 불교에 있어서 신조차 윤회의 바퀴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기에 신과 악마는 단결하여 우유의 바다를 저어 불로불사약을 만들려 했다.
이들 신과 악마의 중앙에 위치하는 신이 바로 비쉬누이다.
크메르인들은 신과 악마의 단결된 힘에 의해 자신들의 제국이 불로불사하기를 갈망했다.
지나가며 말하자면 인도에서는 여기에 덧붙여진 이야기가 있다.
신과 악마의 단합된 노력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불로불사약이 아니라 세상을 멸망시킬수도 있는 극독이었다.
그래서 힌두 3대 주신 중의 하나인 쉬바가 세상의 멸망을 막기위해 그 독약을 먹어버렸다.
그로인해 쉬바가 죽지는 않았으나 독기로 인해 몸색깔이 파랗게 변해버렸다.
사실 벽면 부조에 등장도 하지않는 쉬바의 이야기는 인도 힌두교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쉬바를 섬기는 사람들이 첨가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쉬바만이 아니라 다른 힌두신들의 피부도 모두 파랗다.
동향 복도의 후반부는 천국과 지옥을 표현했다.
이때부터 벽을 상, 중, 하로 나눠서 각기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상단의 그림은 천국을 중단은 압사라를, 하단은 지옥을 표현했다.
어느 종교에서나 보이듯이 지옥에 대한 표현은 사람 몸을 갈가리 찢거나, 짐승에게 먹이고, 쇠몽둥이를 입속에 집어넣는 등의 하드코어적이다.
천국은 즐겁고 행복하며, 중간의 압사라들은 이들 양극단의 경계를 만든다.
동향복도가 끝나고 왼쪽으로 꺽으면 북향복도가 시작된다.
북향 복도에는 앙코르가 정글에 몸을 숨긴 초기이자 크메르 제국이 불교로 개종한 이후 몇몇 승려들이 이곳에 와서 새긴 것이다.
당연히 불교적인 색채가 강하다.
다만 부처가 힌두교에서는 비쉬누의 9번째 화신이라 알려졌기 때문에 2층 복도에 세겨진 이야기의 흐름에는 무리가 없다.
북향 복도를 지나 다시 왼쪽으로 돌아서면 정문이 있는 서향복도의 북쪽 면(정문에서 왼쪽편)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손오공의 모델인 하누만이 등장하는 라마야나의 이야기를 만난다.
주인공인 라마의 아름다운 아내 시타가 랑카(현재의 스리랑카)의 마왕에게 납치된다.
화난 라마는 인도의 모든 왕족들에게 격문을 띄워 일어난 전쟁을 준비하지만, 세력이 약했다.
그때 원숭이의 왕인 하누만의 도움이 라마를 승리로 이끈다.
그래서 아직까지 인도에서는 이 원숭이의 왕, 하누만을 신으로 섬긴다.
금전적인 성공을 바란다면 원숭이나 한마리 키우기를 권한다.
힌두교에서 원숭이의 왕인 하누만은 상업과 금전의 신이기 때문이다.
이 라마야나 이야기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등의 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중국, 동남아, 몽고, 심지어는 한국과 일본에서도 민간설화처럼 내려온다.
나조차도 어릴적 불교신자이셨던 할머니가 간간히 들려주셨기 때문에 특히나 반가운 마음이 든다.
그러나 할머니가 들려주신 라마와 시타의 행복한 결말은 간곳없고, 시타가 순결을 의심받자 분신자살했다는 사실이 씁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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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동화들이 나이가 들수록 잔인한 이야기로 변해가는 것이 정말 씁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