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앞두고 두번 '짤린' 심정 당신은 알까

[이것이 '비정규직' ③]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상대로 2년째 시위하는 까닭

등록 2009.07.12 12:50수정 2009.07.14 15:24
0
원고료로 응원
2007년 7월 1일 비정규직법과 관련하여 공공기관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추진되었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4년 넘게 일한 나또한 전환대상자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쳤다. 나로 인해 공단은 당시 행정자치부 직제승인을 받아 별정직6급 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12월 대통령 선거 직후에, 별정직 전환은 고사하고, 날벼락 같은 해고를 당했다. '민주노동당원'이라는 것이 해고 사유였다. 당시 단병호 의원이 공단이사장을 항의방문하였다. 이 자리에서 김완기 당시 이사장은 '성향아가 정규직이었으면 (민주노동당원이라도) 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공단 정규직들 중에도 당원들이 있었고, 사측도 참여하는 노조 행사에 당 관계자들이 참석해 왔다. 공단이 나를 골라내 쉽게 해고해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이사장의 말마따나 내가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노동조합의 반발이 커서 해고하기가 쉽지 않다.

민주노동당원은 정규직 전환 불가?

성향아
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는 나에 대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결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단의 인사규정이 헌법과 정당법을 위배하고 있다며, 나에 대해 별정직전환절차를 재개하도록 권고하였다.

나는 반년 만에 공단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단은 별정직 전환대신 1년짜리 계약을 나에게 내밀었다. 공단은 별정직 자리와 나는 무관하고, 내가 1년 뒤에 어떻게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1년 계약에 서명하지 않자, 공단은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해 버렸다. 당시 40여일간 1년 계약에 서명하지 않은 다른 비정규직에게는 '계약 갱신' 통지를 하였는데, 나에게는 하루 만에 '계약 종결' 통보를 하였다.


공단의 자의적인 처사로 인해 두 번이나 해고에 이르고 보니, 공단이 보복성 표적해고를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공단 이사회는 나를 해고하고 보름 만에 '정당활동 금지 규정'을 폐기하였다. 처음에 공단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만 그 규정을 적용하여 해고시켰다. 복직한 후에는 위법한 규정이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핑계 삼아 별정직 전환 대신 1년 계약을 내밀었다.

정규직 동료들과 똑같이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는데, 왜 나만 1년짜리로 차별받고, 고용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나로 인해 만들어져 정부승인까지 받은 별정직 자리가 왜 나와 무관한가? 비정규직에게 목숨과도 같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것이 해고 사유가 되나? 비정규직은 자기권리를 요구하지도 못한다는 것인가? 민간기업도 아닌 공공기관이 국가기관의 결정과 권고를 대놓고 무시하는 것일까?


MB의 '공공기관 선진화'는 자르고 깎고 축소하는 것

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는 공단이 저지른 두 번째 해고에 대해 면죄부를 주었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뿐 아니라,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 국립오페라합창단 비정규직,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들을 해고한 사용자 측에 모두 면죄부를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들이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비정규직 21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자, 정부는 '구조조정 실적이 나쁘다'며 원장을 해임건의하였다.

비정규직을 자르고, 정규직의 임금을 삭감하고, 정원을 축소하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이다. 비정규직을 잘라낸 자리를 10개월짜리 행정인턴으로 메우면서 '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한다. 7년간 국립무대를 누빈 오페라합창단원을 짜르는 것이 문화정책이다. 한 달에 60만원 받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을 잘라놓고, 구조조정 실적을 높이면서, 그것도 모자라 해고된 노동자들에게 시급제 알바로 다시 와서 일하라고 전화한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해고대란설'을 얘기하며 비정규직법 시행을 유예하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력이 없는 기업주들이 정규직 전환 대신 해고'를 할 수 있으니 법 적용을 유예해 해고를 막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주요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400조원에 이른다. 이 상황에서 기업주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일 뿐이다. 이런 고통전가 때문에 이미 실질 실업자가 300만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대신 기업주들이 더 한층 멋대로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해고할 수 있게 해 주려 한다. 창조한국당 문국현대표조차 "비정규직법 족쇄 연장은 2000만 근로자에 대한 배신이며 반인권적·반사회적 파렴치한 행위"라며, "사회적 협약과 법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파기하고, 지도층이 앞장서서 법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국민 배신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고 비난할 정도다.

실제로 7월이 되자,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있다. 무기계약 전환한 기관이나, 기업들이 정부눈치를 보며, '쉬쉬' 하고 있다고 언론 보도 되었다. 이것은 애초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이 아니라 해고법'이라며 비정규직 악법에 반대해 싸웠던 노동계의 주장이 완전히 옳았음을 보여 준다. '비정규직 사용 기한 2년 제한'이라는 법은 2년 안에 해고되는 사례들을 수없이 만들어냈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는 2년 전 법사위원장으로서 이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바 있다. 지금 안상수는 '비정규직 해고의 책임이 민주당에게 있다'며 법안 유예 움직임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말대로 현 기간제법은 비정규직 사용 2년 후 해고로 이어지게 한다. 이렇게 비정규직을 해고하게 만드는 법을 또 다시 유예해서는 안 된다. 이 악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내가 2년째 부당 해고에 맞서 시위하는 까닭

한편 '정규직 전환 지원 기금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비정규법 적용 유예에 합의해 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조차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는데, 어느 기업주가 전환기금을 가져다 쓰겠는가' 하고 비판할 정도로 이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아 비정규직 악법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처럼 비정규직 '해고'법을 만든 그 때 그 사람들이 또다시 '5인 연석회의'를 통해 개악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들러리가 될 것이 뻔한 '5인 연석회의'에서 나와 뒤늦게나마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사실 비정규직법의 2년 조항은 강제 조항도 아니고 정규직 전환을 명시한 조항도 아니기 때문에 사용자들이 합법적으로 해고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법 개정이나, 시행을 유예하는 식으로 현행 법을 기피하는 것은 큰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즉, 이 2년 조항을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 전환 조항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생겨난 것은 오로지 이 법 시행에 맞춰 시작된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이다.

최근에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끈질기게 싸운 강남성모병원 파견 노동자들은 파견업체가 아닌 강남성모병원의 직원으로 당당하게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다. 또 하루아침에 해고되었던 국립오페라합창단원들도 완강하게 싸워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냈고 '국립합창단 연수단원으로 전원 고용'을 받아내었다. 화물연대 대한통운 해고노동자들도 전국적인 파업과 연대 덕분에 복직됐다. 2006년 프랑스에서는 두 달 반에 걸친 파업과 대중시위로 비정규직 확산법인 CPE(최초고용계약법)을 철회시킨 바 있다.

비정규직은 쓰다 버리는 물건이 아니고, 차별과 해고에 고통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인정하게 만들고, 마지못해서라도 비정규직의 권리를 보장하게 하려면 거대한 운동이 필요하다. 그 운동의 일부로서 나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비정규직 해고에 맞서 소송을 하고,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명박 당선 직후부터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고자로 생활하면서 많은 노동자들과 촛불시민들의 연대를 받으며 싸워왔다. 블로그 사진 속의 지난 1년 6개월동안 연대해 온 노동자, 시민들의 밝은 얼굴에서 힘을 받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성향아 기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비정규직 해고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성향아 기자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 비정규직 해고자입니다.
#비정규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쌍방울 김성태에 직접 물은 재판장  "진술 모순"
  3. 3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 4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2천만원 깎아줘도..." 아우디의 눈물, 파산위기로 내몰리는 딜러사와 떠나는 직원들
  5. 5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한강 작가를 두고 일어나는 얼굴 화끈거리는 소동
연도별 콘텐츠 보기